“딱 한 잔 마셔” 무면허에 ‘노헬맷 질주’…킥보드 단속 뜨자 ‘줄행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1일 14시 00분


전동킥보드·PM 단속 현장 동행해보니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음주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치킨 먹으면서 맥주를 한 잔 마셔서….”

30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광진구 성수사거리.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던 한 남성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측정 결과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 경찰은 이 남성에게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와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를 운전하다가 적발돼도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비슷한 시각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 한 대에 함께 탄 남녀 2명도 적발됐다. 이들은 면허도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모 미착용에 무면허 운전, 승차인원 제한까지 3개 법규를 위반한 것. 이들은 처벌이 가장 무거운 무면허 운전에 대해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됐고, 운전면허 취득도 1년 동안 금지됐다.

경찰은 30일부터 PM과 자전거, 오토바이를 비롯한 ‘두 바퀴 차’의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다. 특히 횡단보도 주행과 승차정원 초과, 음주운전 등 7개 위반행위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벌인다. 특별단속은 7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단속 첫날인 30일 기자가 현장에 동행해보니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2시간동안 광진구 거리 2곳에서만 교통법규를 위반한 PM 6대가 적발됐다. 음주운전 2건, 무면허 1건, 승차정원 위반 2건 등이었는데, 적발된 운전자 모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30일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 인근에서 경찰관이 차량 및 오토바이 등 이륜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등 이륜차에 대한 특별단속을 두달간 시행한다. 2022.5.30/뉴스1
30일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 인근에서 경찰관이 차량 및 오토바이 등 이륜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등 이륜차에 대한 특별단속을 두달간 시행한다. 2022.5.30/뉴스1
단속 현장 인근에서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PM 운전자가 다수 발견됐다. 취재팀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5번출구 앞 사거리에서 오후 10시 반~11시 30분 동안 현장을 확인한 결과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들어오자 마치 보행자처럼 횡단보도를 건너는 PM 운전자 13명이 확인됐다. 이날 단속에 동행한 경찰 관계자는 “PM은 경로 변경이 쉬워 경찰 단속 상황을 보고 다른 도로로 우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PM 교통사고는 2020년 897건에서 지난해 1735건으로 93.4% 늘었다. 올해도 4월까지 모두 39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13일 도로교통법 개정과 함께 시작된 PM 교통법규 전체 위반건수는 7만3565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이 79.6%(5만8579건)로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전이 9.7%(7168건), 음주운전이 3.7%(2757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PM의 경우 자전거와 달리 바로 멈춰서기 어려워 사고 발생시 중상 위험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관련 통계에 따르면 보호장구 미착용 시 중상 확률이 10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사망률은 2배로 높아진다”면서 “특히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 개정 1년이 지났지만 이용자들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후 11시 20분경 헬멧을 쓰지 않아 경찰 단속에 적발된 한 남성은 “(헬멧 의무착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집 앞에 잠깐 나와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 PM공유업체 관계자는 “착용 의무를 환기하기 위해 오프라인 교육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한편 휴대가 간편한 접이식 헬멧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PM공유업체 관계자는 “헬멧을 비치했다고 착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데다 분실률이 90%에 달해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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