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걸음했네요. 오늘 개봉한 포켓몬스터 영화 볼 거라고 아들이 잔뜩 기대해 (지방선거) 투표도 서둘러 마치고 왔는데….”
1일 오전 11시 부산 중구 지하철 1호선 남포역 8번 출구 앞. 임시휴일을 맞아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찾은 김모 씨(41)는 “백화점 휴점 사실은 알았지만 영화관까지 닫혀 있을 줄은 몰랐다”고 초등학생 아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영도구 집으로 되돌아갔다.
부산 원도심 핵심 상권에 위치해 휴일마다 인파가 몰렸던 광복점은 이날 내부 불을 끈 채 어두컴컴한 모습이었다. 굳게 잠긴 출입문엔 “오늘은 휴점일입니다. 내부 사정으로 임시 휴무하게 돼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 굳게 닫힌 부산 ‘롯데타운’…시민들 헛걸음
롯데쇼핑의 임시사용 승인 연장을 부산시가 지난달 31일 거부하면서 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입점한 점포 800여 곳이 1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 광복점이 ‘평일 공휴일’에 문을 닫은 것은 처음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됐던 롯데시네마 역시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 중단 사실을 모르고 아침부터 백화점과 영화관을 찾은 시민 수십 명은 닫힌 문을 흔들어본 후 발걸음을 돌렸다. 한 70대 남성은 “여섯 살 손자 생일이라 옷 한 벌 선물하려고 왔는데 헛걸음했다”며 “(백화점 측이) 사전에 휴점 사실을 충분히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점업체와 종사자 3000여 명도 영업 중단이 길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광복점 10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46)는 “우리는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부산시와 롯데가 대승적 차원에서 빨리 결론을 내 달라”고 하소연했다.
롯데 측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휴점 가능성을 입점업체에 미리 알리고 신선식품 반입 자제를 당부했다”면서도 “영업 중단이 길어지면 입점업체 등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 부산시, “롯데타워 건립 진정성 보여라”
이번 사태의 쟁점은 광복점 옆에 건립이 추진되는 롯데타워다.
롯데는 2000년 107층 높이의 롯데타워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부산시로부터 임시사용 승인을 받은 후 연장하며 광복점과 롯데마트 등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부산시가 롯데타워에 주거시설을 포함시키지 못하게 하자 롯데가 층수를 낮추겠다고 나서면서 양측 의견 차이가 커졌고 공사는 2013년 중단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최근까지 건축 심의 자료를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시간만 끌며 롯데타워 건설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사이 백화점 등의 영업 이득만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롯데와 부산시가 지난달 26일 경관심의위원회에서 일정 수준의 실무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2일 또는 3일 임시사용 승인이 나고 영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은 층수를 롯데가 제시했던 ‘56층’에서 ‘67층’으로 높인다는 것과 △세계적 구조기술업체의 공사 참여 △시민 공모로 타워 명칭 결정 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롯데타워’ 명칭에서 ‘롯데’가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시 측은 “옛 시청 부지를 재개발하는 만큼 명칭에 사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김필한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롯데가 부산 시민을 기만하지 않으려면 언제까지 어떤 타워를 건립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혀야 한다”면서 “롯데그룹 수뇌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되면 백화점 등은 2일이든 3일이든 정상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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