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장애인 탈시설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일대에서 도로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은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를 22분 동안 점거해 일대 교통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등 전장연 활동가 15명은 이날 오전 8시55분께부터 회현역 엘리베이터 출구 앞에서 출발해 남대문시장과 숭례문 오거리를 지나 서울시의회를 향해 도로 행진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휠체어에 ‘교육받고 이동하며 함께 살자’,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등의 문구가 적힌 빈 깡통을 달고 행진에 나섰다.
이 회장은 “장애인 가족들이 장애인을 돌보기 힘들어 살해하거나 같이 자살하고 있다”며 “수십년 동안 장애인들은 가족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이젠 죽고 싶지 않다. 장애인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말했다.
회현역 5번출구 쪽에서 행진을 시작한 전장연은 남대문 시장을 통과해 숭례문 오거리로 향했다. 시장 상인들과 행인들은 전장연과 경찰 50여명이 시장으로 들어서자 하던 일을 멈추고 행렬을 지켜봤다.
전장연은 남대문 시장을 통과해 숭례문 오거리에서 남대문로를 건너던 중 횡단보도를 점거한 채 6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경찰이 3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박 대표는 “왜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살지 못하고 가족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시설에 강제 입소해야 하나”라면서 “가족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거주시설로 입소했다는 장애인이 50%나 된다. 당장 시설에서 나오겠다는 장애인도 30%가 넘는다. 우리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횡단보도에서 나온 전장연은 세종대로를 따라 서울시청 방면으로 천천히 걷는 속도로 행진했다. 이어 오전 9시29분께 서울시의회로 건너가는 세종대로 횡단보도에서 다시 멈춰 선 채 발언을 이어나갔다.
경찰이 3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재차 일대 교통이 혼잡해졌다. 교통 정체가 발생하자 한 버스 운전기사는 창문을 열고 “아침부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은 점거 시간이 길어지자 자진 해산 요구 및 1차 해산 경고 방송을 했지만, 박 대표는 “우리는 합법적으로 행진 신고를 했다. 점거 시간의 불법성 여부는 누가 판단하냐. 불법, 합법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며 “사망한 발달, 중증 장애인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알아야 한다”면서 점거를 이어갔다.
박 대표는 이 회장과 마주 본 채 “대선도 끝났고 지선도 끝났다. 이제 책임질 시간이다.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권리 보장해달라.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고 교육받고 싶고 노동의 기회 가지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며 “21년 동안 참으면서 죽어왔으면 됐다. 더 이상 우리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격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전장연은 오전 9시49분께야 점거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빠져나왔다.
이후 이들은 서울시의회 앞에 차려진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앞에서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 발달, 중증 장애인들에 대한 참사를 사회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사망한 장애인들의 49재 날인 7월10일까지 오늘처럼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의 23년도 본예산 반영과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는 장애인 권리 예산 추경 반영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일대에서 출근길 도로 점거 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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