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산골영화제 5일까지 열려
국내외 대형 영화제와 같은 화려함은 없다. 수백 명의 관객이 한 번에 들어갈 상영관도 없다. 그렇지만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쏟아지는 별빛이 있다.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영화 음성 사이사이에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덤이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무주산골영화제가 2일 전북 무주에서 막을 올렸다. 10회째를 맞은 영화제는 5일까지 31개국 110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제의 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로 안종화 감독(1902∼1966)이 메가폰을 잡고, 당대 최고 스타들이 총출연한 로맨스 활극 ‘청춘의 십자로’를 새롭게 해석한 ‘新청춘의 십자로’가 열었다.
역대 개막작과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 상영작 가운데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트레봉봉! 필름 심청’과 ‘불가사리’는 앙코르 상영된다. 2015년 3회 무주산골영화제 상영작이었던 ‘비포 시리즈’(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분인 ‘창’ 섹션에서는 개성 있는 스타일과 높은 완성도의 국내 수작 10편이 공개된다. 전 세계 다양한 신작을 소개하는 ‘판’ 섹션을 통해 69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영화제가 진행된 9년 동안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아카이브 전시도 진행된다. 영화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무주 군민을 위한 단편 다큐멘터리 ‘무주’도 상영된다. 색 바랜 사진과 영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주민의 모습에 담긴 이야기를 엮어 무주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차세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배우 전여빈을 주제로 한 전시도 열린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책과 휴식을 제공하는 산골책방과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리마켓 형태의 산골공방도 운영한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