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골든타임은 3시간?…“뇌혈관 상태따라 달라”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5일 06시 58분


한국인 사망원인 4위이자 돌연사의 주범인 뇌졸중은 추운 날씨로 혈관이 수축하기 쉬운 겨울 뿐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도 방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환자의 생존·예후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은 환자의 뇌혈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뇌졸중이 의심되면 치료가 가능한 인근 병원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의 이상으로 뇌기능 장애를 겪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보통 뇌혈관이 막혀 뇌손상이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돼 뇌압 상승과 직·간접적인 뇌손상이 동반되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는 종류에 상관없이 발생 후 응급 치료를 잘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거나 반신 마비·언어 장애·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아서다.

여름철에는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기온이 높아지면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류 속도가 느려져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또 땀을 많이 흘려 우리 몸의 수분이 줄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뇌경색 골든타임, 3시간?…“뇌혈관 상태따라 달라”

뇌졸중은 가능한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지만 발생한 지 꼭 3시간 이내에만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단 혈전(피떡) 용해 치료가 가능한 시간은 4시간30분이다. 혈전 제거 시술도 조건에 따라 발병 24시간 이내인 일부 환자들에게 가능하다. 골든타임은 뇌혈관이 막혔을 때 ‘뇌조직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자마다 다른 뇌혈관 상태가 변수다.

백장현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관 재개통 치료 초기인 1990년대 초중반에 3시간 이내 혈전 용해 약물을 투여하도록 지침이 만들어졌고, 이후 상당기간 뇌경색 발생 후 골든타임이 ‘3시간’으로 소개됐다”면서 “하지만 3시간 이후에도 혈전 용해 치료가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게 되면서 혈전 용해 치료가 가능한 시간은 4시간30분까지 연장됐고, 10여년 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뇌경색 발생 후 골든타임은 ‘뇌조직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아닌 혈전 용해 약물 투여나 혈전 제거 시술, 즉 뇌경색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한 ‘마지노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혈관 재개통 치료란 막힌 혈관을 열어 혈류를 공급함으로써 아직 손상되지 않은 뇌조직을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뇌조직은 혈관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손상되기 시작한다. 혈관 재개통 치료는 뇌혈관이 막혔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백 교수는 ”뇌조직이 완전히 손상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면서 ”뇌조직이 버틸 수 있는 그 ‘얼마간의 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혈관이 막혔을 때 뇌조직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환자의 뇌혈관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혈전 제거 시술도 과거 연구 조건·대상에 따라 발병 후 6~12시간 등으로 제한됐다가 현재 발병 24시간 이내인 일부 환자들에게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교수는 “뇌경색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3시간으로 설명하면 안 된다”면서 “치료법에 따라 다르지만 24시간 이내라면 조건에 따라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가 가능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치료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의심되면 무조건 빨리 병원 찾아야


뇌졸중이 의심되면 무조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골든타임 이내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치료의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많은 뇌조직을 살릴 수 있고, 결과도 더 좋다.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는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할 경우 ▲발음이 어눌해지는 경우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 증상이라도 있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3시간 안에 병원을 찾는 뇌졸중 환자는 전체 환자의 30~4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뇌경색 만을 살펴보면 대개 평균 6시간 이상 걸린다. 백 교수는 “현장에서 자가 조치를 하면서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려 보거나 뇌졸중과 전혀 관련 없는 의료 기관을 찾는 바람에 통상적인 골든타임을 지나서 오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혈관 재개통 가능한 뇌졸중 인증센터 알아둬야

뇌졸중을 빠르게 인지하고 곧바로 병원에 내원했다 하더라도 모든 병원이 혈관 재개통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과 같은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한 인근 병원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인증된 병원은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나 ‘뇌졸중 119’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증된 병원에서는 거의 기본적인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하다. 24시간 치료가 가능한 대한뇌졸중학회 인증 뇌졸중 센터는 전국에 70여 곳이 있다. 해당 병원에서는 도착 즉시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는 치료가 가능하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 치료 뿐 아니라 막힌 혈관을 직접 뚫어주는 동맥 내 혈전제거 시술은 상위 뇌졸중센터인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학회는 2018년부터 뇌졸중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표준진료와 최신치료를 심사 평가해 뇌졸중센터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증 평가를 확대해 기존 뇌졸중센터 외에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도 부여하고 있다.

김 홍보이사는 “뇌졸중을 신속히 치료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골든타임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가능한 빨리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의심 증상을 빠르게 인지하고, 근거가 없는 조치들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로 무조건 빨리 방문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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