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히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어나면서 합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결정한데 이어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범위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원격진료를 경험한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원격진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코로나19 국내 유입 이후인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4월까지 약 970만건의 비대면 진료·처방이 이뤄졌으며, 이 중 440만건은 당뇨 등 일반 질환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위드코로나 시대 주요 보건의료·복지 분야 정책현안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비대면 진료 ‘지속 허용 의견이 56.7%로 반대 29.9%보다 높았다.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정부 역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채택한 바 있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비대면·개인 맞춤형 돌봄·의료 서비스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79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및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향‘ 세미나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재진으로 한정하고 예외적인 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의원 당시 직접 국회 토론회를 열고 원격의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취임할 경우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6년 전인 2016년 8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의료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원격의료 관련 다양한 이슈에 대해 검증하고 관리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를 연장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회에는 다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의료계와 약사계에서는 우려가 더 큰 편이다. 비대면 의료인의 법적 책임와 적정 수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비대면 진료 및 약품 배달만 하는 전담 의료기관·약국이 양산되거나 소위 ’의료쇼핑‘을 부채질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4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 배달 전문약국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상태다.
다만 올해 2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본격화됨에 따라 의료인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원격의료 정책 현황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찬성 의견은 34.8%, 반대 의견은 65.2%로 나타났다. 원격지료를 할 경우에는 ▲초진 불가 ▲원격진료 전용시스템 허용 ▲진료 가능 질환 및 처방 약 한정 등 제한요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비대면 의료에 대한 인식 및 수용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격진료경험이 있는 의사 44.9%와 간호사 84.1%가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66.4%와 87.5%는 활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원격진료플랫폼 표준화, 건강보험 적용 범위 등에 대해서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구영 삼성융합의과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소속 한구영, 윤지윤, 전은경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 ’HIRA Research‘에 게재된 논문 ’원격의료 합법화를 고려한 건강보험 정책 제언‘을 통해 “원격진료플랫폼은 필수적이며 표준화를 통한 전자의무기록(EMR)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원격 모니터링기기는 모니터링 기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초기 세팅, 사용자 교육, 데이터 분석 및 해석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디지털치료기기 및 재택치료의료기기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사용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요양비 모델을 적용하고, 환자의 순응도를 고려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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