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병이 아닌 지역에서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전세계에서 다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는 점차 늘어남에도 원숭이두창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공기 전염이 되는 것인지, 성적 접촉이 원인인 것인지, 국내에 백신을 갖고 있는데 왜 ‘3세대 백신’이 또 필요한지 등도 궁금증도 풀리지 않는다.
국제적인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7일 기준 원숭이두창의 풍토병이 아닌 비(非)엔데믹 지역 내 환자는 1184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8일 비엔데믹 지역 29개국에서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고 풍토병 지역인 아프리카에서는 올해만 1400여 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6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같은 공기 전염이 어렵기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왔다. 코로나19 유전자는 3만개 수준인데 원숭이두창은 18만개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해외여행을 위한 지침’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가 이를 삭제했다. CDC가 ‘자칫 혼란을 줄 수 있어 삭제했다’고 설명한 만큼 원숭이두창이 공기전염이 가능한지, 어느 정도 거리에서 가능한지 등은 아직 불확실하다.
CDC가 애초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던 이유는 원숭이두창과 유사한 두창의 경우 과거 공기 전파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전파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DC도 마스크 권고 자체는 철회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에어로졸 상태의 전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성소수자들의 파티가 원숭이두창 확산 계기인 것으로 추정되기에 확진자가 되면 성적인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여성 감염 사례도 보고됐지만, 아직까진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감염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이 이들에게 퍼진 것도 성적인 접촉 때문이라기보다는 밀접 접촉을 통해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숭이두창은 다양한 인체 분비물을 통해 감염된다.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침구를 정리하다가 감염되는 경우도 있기에 감염자가 모두 성소수자라고 볼 수는 없다.
원숭이두창 환자 사진 예시가 모두 흑인인 것도 인종적 편견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최근 확산은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중심인데 전세계 언론이 대부분 아프리카 흑인 사진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고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에이즈는 특정 집단에 (전염병) 낙인이 붙을 경우 개인이 정체성 노출을 꺼려 전염병 대응이 저해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3500만명분의 두창 백신을 갖고 있고 원숭이두창에도 85%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원숭이두창 3세대 백신 도입을 추진중이다. 그 이유는 1~2세대 백신은 특수 바늘을 이용해 표피에 상처를 낸 후 균을 주입하는 등 접종 방법이 복잡하고 심근염이나 뇌염 증 부작용 사망 사례도 높기 때문이다. 사람 두창은 치명률이 높아 이 위험에도 1~2세대 백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숭이두창은 사람두창보다 치명률 등이 낮기에 더 안전한 3세대 백신이 필요하다.
질병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백신은 덴마크 제약회사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진네오스’다. 부작용이 많은 단점을 개선했고 두창과 원숭이두창 둘 다 예방할 수 있다. 2019년 미국에서 승인받았는데 독일·스페인 등이 최근 이 백신을 구매하기로 결정해 원숭이두창이 더 퍼질 경우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