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후 더 벌어진 ‘격차’
환란때 ‘가정해체’ 아이들 떠올라
더 늦기전 정부가 대책 내놔야
“한 아이의 아빠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걱정됩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동아일보가 7∼9일 보도한 ‘코로나 늪에 빠진 아이들’ 시리즈 기사를 읽은 독자가 보낸 e메일이다. 이 밖에도 여러 독자가 연락해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이후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준이(가명·13) 민지(가명·11) 남매를 비롯한 취약계층 아동을 돕고 싶다고 했다. 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행동·정서 발달과 건강, 학력 등에서 뒤처진 아이들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취재팀이 만난 아이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힘겨운 일상을 견디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해외여행을 미루는 수준의 불편함이었던 코로나19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재난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도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이들이 정상적인 삶의 궤도를 되찾는 건 요원해 보였다. 민준이 고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고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 줄 수 있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시계를 되돌려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가정이 해체되는 등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상당수가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었고, 일부는 범죄의 길로 빠져들어 이후 소년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번 생긴 발달·건강·학력 격차는 쉽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기간 생긴 취약계층 아동의 상처가 제때 회복되지 않으면 10∼20년 뒤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재를 할수록 이번만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취약계층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절감했다.
기사를 읽고 연락해 온 독자들 덕분에 취약계층 아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칼럼을 읽는 이들에게도 눈을 크게 뜨고 살필 것을 권하고 싶다. 주위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코로나의 늪’에 빠진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간에만 맡겨 놓을 일은 아니다. 정부는 더 늦기 전 코로나19로 심해지는 아동·청소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 안에는 학습 결손을 메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 정서적인 상담·치유 프로그램, 신체적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 등 아동·청소년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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