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업무 중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업무상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통법규 위반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남편인 B씨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사인 에스엔에프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9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B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에서 진행된 협력사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B씨가 숨지자 A씨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공단에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B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숨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고는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해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며 “B씨의 중앙선 침범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졸음운전이 원인이 됐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사고가 B씨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2심은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며 “그것이 의도적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중대한 법규위반에 해당해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교통법규를 위반했더라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산업재해보상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근로자가 교통법규 위반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따져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사고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었다면, 교통법규 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해당 근로자의 운전 능력은 어땠는지 등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B씨에 관해선 “중앙선을 침범했으나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다.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사고 전력이 없다”면서 “B씨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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