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흡수하며 자라는 나무… “목재는 친환경 건축에 제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1일 03시 00분


[숲에서 답을 찾다-시즌3]
많은 에너지 쓰는 건축재료와 달리 목재는 지속적 순환 자원 매력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자리 창출, 경제적 자립 기반 구축 가능해
균형적 경제발전 이룰 수 있어”

4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 휴양림 전망대에서 한려수도 풍경을 감상한 뒤 새로 생긴 임도(林道)로 내려왔다. 내산저수지 쪽 상류의 임도를 걷다 보니 피톤치드 향이 몸을 감쌌고, 아름드리 편백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림청이 인공적으로 조림한 이곳의 편백림은 평균 임령(林齡·나무의 나이)이 17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솎아베기 등을 통한 ‘숲 가꾸기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솎아베기는 산림의 생육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나무 등을 베어내면서 나무의 밀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솎아베기를 하면 공기가 잘 통하고 나무들의 ‘생육 경쟁’이 완화돼 건강한 산림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량한 목재를 생산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등으로 숲을 가꾸면 나무 간 간격이 넓어져 산불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며 “목재로서의 가치도 증진되고 나무의 탄소흡수량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심고 그대로 방치하는 게 아니라 나무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 목재, 생활 속으로 파고들다
어린이들이 4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나무를 활용해 각종 도구를 만드는 목공 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어린이들이 4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나무를 활용해 각종 도구를 만드는 목공 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산림청이 이렇게 부가가치를 높인 목재는 생활 곳곳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날 휴양림의 한 상점에 들어서니 진한 나무 향이 코를 자극했다. 이어 베개, 주걱, 그릇 등 편백을 활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 박성남 씨(61)는 “건강에 관심이 늘면서 편백으로 만든 재료를 사는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피부질환이 있는 쥐를 편백이나 소나무, 잣나무 등에 노출시키면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주변 환경을 목재로 둘러싸면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글로불린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목조 건축의 인기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2012년 발표한 ‘목재를 이용한 주거환경이 지구환경 및 인간의 신체발달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목조주택에서 사는 사람의 평균수명이 콘크리트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평균 수명보다 9년 정도 긴 것으로 조사됐다. 목조 주택 거주자는 암 사망률도 다른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재로 건축된 학교에선 아이들이 벽에 등을 기대거나 마루에 앉는 행동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들이 콘크리트보다 목재에 더 친근함을 느낀다는 것. 특히 목재 책상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다른 재료의 책상을 쓰는 학생들보다 졸음이 덜 오고,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국립휴양림관리소가 개최한 목공 체험 행사에 온 어린이들은 나무를 이용해 각종 도구를 만들면서 목재의 장점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한 어린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냄새가 이상한데, 나무는 촉감과 향기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는 “청소년들의 목공 활동은 집중과 자아성취감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 목재, 탄소 배출도 줄이다
산림청이 제작한 목재친화도시 구상도. 목재친화도시는 도심의 가로등과 화단, 버스 정류장, 인도 등이 목재로 제작된다. 
산림청은 올해 전남 강진, 전북 무주, 대전 유성, 강원 홍천, 경북 봉화 등 5곳에서 목재친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이 제작한 목재친화도시 구상도. 목재친화도시는 도심의 가로등과 화단, 버스 정류장, 인도 등이 목재로 제작된다. 산림청은 올해 전남 강진, 전북 무주, 대전 유성, 강원 홍천, 경북 봉화 등 5곳에서 목재친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들은 목재를 널리 활용하면서 탄소를 저감하고 있다. 나무는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한다. 목재 1kg은 0.84kg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목재를 ‘탄소저장 소재’로 인정한 이유다.

실제 미국은 탄소 배출량의 1.5%를 목재를 활용해 감축하고 있다. 캐나다는 1.8%, 뉴질랜드는 무려 13.6%를 목재로 감축한다.

그러나 한국은 0.17%에 불과하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목재를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 산림과학원 장윤성 박사는 “우리나라는 연간 ‘산림 축적’ 증가량 대비 벌채량 비율이 19% 정도”라며 “70∼80%에 달하는 유럽과 비교하면 목재 이용이 매우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홍익대 유현준 교수(건축학과)는 “목조건축은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고, 시멘트와 강철을 생산할 때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한다면 대기 중의 탄소를 없앨 수 있어 가장 적극적인 친환경 건축”이라고 말했다.

○ “목재산업 발전하면 균형발전 가능”
숲에서 솎아베기(간벌)를 한 나무들이 4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가득 쌓여 있다. 이 나무들은 펄프 등으로 사용된다. 남해=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숲에서 솎아베기(간벌)를 한 나무들이 4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가득 쌓여 있다. 이 나무들은 펄프 등으로 사용된다. 남해=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건축 재료를 생산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알루미늄은 목재의 790배, 철강은 190배, 콘크리트는 3.5배의 에너지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건축 재료로서 목재의 경제성이 높은 이유다. 목재 산업 육성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목재산업은 지방과 산촌을 살리며 균형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목재생산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6389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체 비율이 국내 생산업체는 46.1%, 수입 유통업체는 57.5%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매출 10억 원 미만이다. 종사자 연령도 50대 이상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60대 이상 19.3%, 50대 29.1%)로 고령화됐다.

산림청 하경수 목재산업과장은 “국토의 67%를 차지하는 산림의 풍부한 목재 자원을 활용하면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며 “목재 생산, 가공, 유통, 전후방 산업까지 잘 구축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의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 흡수#목재#친환경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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