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 이준서 군(15)의 드론이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하늘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100m 높이까지 올라간 드론은 청와대 상공 구석구석을 다니며 청와대 전경을 촬영했다.
지난해 드론의 매력에 푹 빠진 뒤 드론 자격증까지 딴 이 군은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군이 청와대에서 드론을 날릴 건 이날이 처음이다. 현장에 함께온 아버지 이승윤 씨(48)는 “어릴 적 살던 인왕산 근처 동네까지 드론으로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 군의 드론을 지켜보면 시민들도 “격세지감”이라며 신기해했다.
●청와대 ‘하늘 길’ 새로운 드론 명소로
지난달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맞춰 청와대 일대가 비행금지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와대 인근이 새로운 드론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금단의 영역’이었던 청와대 상공에서 드론을 날리려는 동호인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반경 4.5해리(약 8.3km) 상공은 ‘P-73’으로 불리는 비행금지구역이었다. 주요 국가 행사나 위급 상황을 제외하면 항공기는 물론 드론의 비행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비행금지구역 해제 이후 일반인도 사전 신청만 하면 취미용 드론을 날리고 항공 촬영도 가능해졌다.
반면 집무실 이전으로 드론 비행이 불가능해진 곳도 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반경 2해리(약 3.7km)와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반경 1해리(약 1.85km) 상공은 지난달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임시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임시 비행금지구역인 건 윤 대통령의 거처를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길 것으로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신규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에 이르는 한강 둔치가 포함돼 있다. 한강 둔치는 서울에서 드론 비행과 촬영이 가능했던 대표 ‘명소’였던 만큼 동호인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송모 씨(40)는 “평소 여의도 63빌딩과 한강철교 일대에서 드론을 ‘한강 뷰를 찍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며 “한강을 대신해 ’바다 뷰‘를 찍으려 인천이나 경기도를 찾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금지구역 안내 미흡”
동호인들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변경 안내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드론 비행 신청 창구 ’드론원스톱‘ 사이트는 안내문과 신규 비행금지구역 지도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지도만으로 금지구역 경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드론 동호인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48)는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일단 신청해보라‘고 하기 일쑤다. 신청 전에 금지구역인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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