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올게요’ 그 말이 마지막일 줄은…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

  • 뉴스1
  • 입력 2022년 6월 13일 21시 16분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서 대구지방변호사회 동료 변호사와 법률사무원 등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2022.6.13/뉴스1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서 대구지방변호사회 동료 변호사와 법률사무원 등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2022.6.13/뉴스1
“아침에 집을 나서며 ‘잘 다녀올게요’라는 말이 생전에 전하는 마지막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출근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성실하게 일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삶마저 아무 상관 없는 자의 손으로 하루 아침에 부정 당해버렸습니다.”

오빠는 황망하게 떠나보낸 여동생을 기억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법무빌딩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 6명의 합동 추모식이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의 무도한 방화로 무고한 6명이 한꺼번에 생명을 잃은 참변에, 희생자 유족과 생전의 동료, 지인들은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참담한 심정을 토해냈다.

추모식은 눈물바다였다. 생전 함께 일한 동료 등의 추도사가 있을 때마다 유족들은 오열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려 했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법률사무소 30대 사무직원의 오빠는 “영정 사진을 봤다. 지독한 슬픔에 휩싸여 눈물로 가득 찬 두 눈 속에 밝게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이 들어왔다”며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과 추억이 생각난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제게 주어진 남은 삶을 고인의 삶을 본받아 더 아름답게, 선한 영향력으로 고인의 삶을 닮아가겠다”고 했다.

숨진 변호사의 한 동료는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형님께서 나타나 술 한잔 못하는 저라는 걸 알면서도 ‘소주 한잔해야지’라고 하실 것 같다”며 “아직도 고인이라는 단어와 명복이라는 단어를 차마 쓰지 못하겠다”고 슬퍼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고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당신들 곁에 우리가 있다”며 애써 슬픔을 갖췄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은 변호사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반문명적인 사법테러”라며 “아무 잘못 없이 가신 피해자의 희생,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오늘 합동 추모식은 우리 발걸음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많은 일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구에 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갑)도 합동 추모식을 찾아 “고인들은 국민의 기본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며 맡은 바 사명을 다 하셨던 분들이셨다”며 “유가족들에게는 한가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착한 자식들이었으며, 동료들에게는 한결 같았던 좋은 지기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서로를 도와가며 성찰과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의 동반자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셨다”며 “고인들께서 하시고자 했던 미완의 일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물려주시고 편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방화범 천모씨(53·사망)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에 있는 7층짜리 법무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 203호에 휘발유가 든 용기를 들고 들어가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천씨를 포함해 당시 현장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앞줄 가운데)이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안철수 의원,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2022.6.13/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앞줄 가운데)이 13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안철수 의원,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2022.6.13/뉴스1
천씨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 저조 등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에 실패한 그는 시행사 측을 고소했고, 수년에 걸쳐 진행된 송사와 재판 등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상대측 법률 대리인인 A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 당시 A변호사는 다른 재판 일정이 있어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 화를 면했으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B변호사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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