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했던 산림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곤충 등 흔한 생명체도 눈에 안 띄어
피해 수종의 70% 이상이 소나무
토양에 맞는 수종으로 복구 계획
10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화산마을. 밀양시청을 따라 놓인 국도 24호선(창밀로)을 따라 달리다 보면 나오는 이 마을은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얼마 전까지 울창하고 생동감이 넘치던 마을 인근 산림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마을길을 따라 산으로 조금 올라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탄 냄새는 습기와 함께 금세 옷으로 배어들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재가 날리기도 했다. 화마의 흔적은 민가와 불과 5m 정도 떨어진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소방당국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불길이 주택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한 흔적도 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부로 올라갈수록 피해는 더 심각했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온통 잿빛이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찾아보기 어려웠다. 1000도를 넘나드는 산불 열기가 지표면에 쌓인 낙엽 속까지 닷새 동안 태워서인지 곤충 등 흔한 생명체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 축구장 1000개 이상 잿더미
“밀양 산불로 무려 100만 그루가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이 나기 전 산림 기능을 온전히 되찾으려면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
밀양 산불 현장 조사를 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권춘근 박사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수량과 바람 등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산불의 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은 기후변화로, 산불 확산을 막는 내화수림대 조성과 숲 가꾸기 등 산불예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춘화리 화산 중턱에서 난 산불은 5일 오후 3시 5분경에야 완전히 꺼졌다. 산림 당국이 추정한 산불 영향구역은 763ha로, 축구장(7140m²) 1000여 개 면적에 이른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 영향구역에 포함된 나무는 2∼3년 지나면 대부분 고사한다. 겉은 멀쩡하게 보이더라도 높은 열로 뿌리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1ha당 대략 1200∼1300그루의 나무가 서식하기 때문에 밀양 산불 피해목은 100만 그루에 이를 것으로 산림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피해 수종은 70% 이상이 소나무다. 산림당국은 피해 나무를 모두 벌채하고, 토양과 기후 조건에 맞는 특성화된 수종을 선정해 복구할 계획이다.
권 박사는 “대형 산불 피해 산림의 경우 야생동물 회복에 30년 이상이, 토양까지 제 기능을 되찾는 데는 100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가 원인”
밀양 산불은 1986년 산불 통계가 작성된 이래 6월에 처음 발생한 대형(피해 면적 500ha 이상)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산림과학원은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산림과학원은 서태평양 지역의 4월 해수면 온도와 동서 바람, 상대 습도를 토대로 전망하는 올 6월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음’ 단계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경남 같은 경우에도 기상청의 73년 관측 이래 세 번째로 건조한 해로 기록됐다.
권 박사는 “현장 조사에서 낙엽이나 잔가지 등이 바짝 말라 발화 조건이 대형 산불 조심 기간에나 볼 수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며 “여기에 강풍을 일으키는 남고북저형 기압이 5월 초에 사라지지 않고 이례적으로 6월까지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에 최적이 조건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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