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상당한 경우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실상 기업이 부도 위기에 가까운 경우에만 정리해고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충족했다고 봤던 기존 판결과는 결이 달라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철강업체 넥스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측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넥스틸은 매출액이 급감하고 미국의 유정관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문제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2015년 한 회계법인에 경영 진단을 의뢰했다. 그 결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생산인력을 248명에서 65명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넥스틸은 노동조합의 입장을 반영해 생산직 노동자 구조조정과 임원 및 사무직 급여 50% 절감 등 계획을 발표했고 임원 6명, 사무직 1명, 생산직 137명이 같은 해 희망퇴직을 했다. 이후 회계법인이 인력 감축이 한 차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자 넥스틸은 노조 설립 때부터 활동한 부위원장 출신 A 씨 등 3명을 정리해고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A 씨 등 3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자 넥스틸은 소송을 냈지만 2심은 넥스틸의 현금 흐름이나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볼 때 A 씨 등 3명을 정리해고 할 만큼의 경영위기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넥스틸이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판단하며 “급격한 영업 침체와 유동성 위기 상황에 있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인원 감축을 하는 것에 합리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종업계의 다른 대표 업체도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업황이 나빴다. 회사 차입금이 2014년 87%에서 2015년 224%로 급증했고, 근로자들도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수긍했다”면서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 누적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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