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7시경 대구 달서구청 2층 대강당. 무대 앞 대형 스피커에서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오고 각 테이블에 앉은 50, 60대 부부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무대 위 사회자가 “스톱(정지)”이라고 외치자 음악이 멈췄다.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이 다음 구절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아는 분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치는 모습에 멋쩍어 하다가 이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중장년층 대상 노래교실 같은 이 행사는 달서구 결혼장려팀이 기획한 적령기 남녀 맞선 이벤트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 데이(Day)’다. 이번 행사는 바쁜 직장 생활과 이성 간 만남 부족으로 결혼이 늦어진 자녀를 위해 남녀 부모끼리 직접 만나 배우자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행사는 2020년 9월 처음 시작돼 해마다 약 25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2회씩 열렸다.
트로트 노래와 퀴즈를 통해 서로의 어색함이 조금 사라진 가운데 본행사가 시작됐다. 첫 순서는 ‘내 자녀를 소개합니다’. 부모들은 무대 앞에서 자녀 자랑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자녀의 초등학생 시절 성적표까지 챙겨온 한 부모는 정성껏 준비해온 모습에 박수갈채를 받았다. 30대 아들의 배우자를 찾는 한 여성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다.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안다는데 일단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부모는 “우리 집에는 일단 제사가 없다”고 외쳐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소개를 마친 부모들은 자녀의 배우자감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녀의 키와 나이, 성격, 직업이 적힌 소개서를 들고 상대 측 부모와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서로 마음에 맞으면 즉석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20대 후반 딸의 배우자를 찾고 있던 한 남성은 “사위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눠본 2, 3명의 부모가 마음에 들어 연락처를 구해 간다”고 말했다.
현태숙 달서구 결혼장려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서로 호감을 표현한 부모들이 8개 팀이었다.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싶다”며 “행사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지역에서 참가를 원하는 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한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2016년 전국 처음으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해 미혼 남녀를 이어주는 각종 행사와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이 매년 급락하는 가운데 달서구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는 사례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전국 평균 조혼인율은 2021년 보다 0.4건 감소한 3.8건이다. 특히 대구는 조혼인율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3번째로 낮은 3.1건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달서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 회복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기존 구청에서 진행하던 커플 매칭 이벤트를 호텔과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열 예정이다.
달서구는 또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중단됐던 지역 최대 결혼 장려 축제인 ‘두근두근 페스티벌’도 올해 더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민선 8기에도 결혼 장려책을 비롯한 다양하고 획기적인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달서구가 결혼 장려 분위기 조성과 인구 감소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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