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외딴섬 외병도. 마을 이장 박형식 씨(70)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봤다. 박 씨는 “70년 동안 빗물을 받아쓰거나, 급수선만 기다렸는데 이제 물 부족 고통에서 벗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수지 등 식수원이 없어 항상 ‘물과의 사투’를 벌이던 외병도 주민들은 이날 처음으로 섬에서 나온 지하수를 사용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외병도에서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고 수질정화장치를 설치해 식수난 해결에 나섰다. 이제 주민들은 하루 최대 물 10t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외병도는 진도항에서 직선거리로 18km 떨어져 있다. 목포항에서 가려면 18개 섬을 거쳐 7시간을 가야 한다. 평균 연령 76세의 주민 20명(17가구)은 20일에 한 번 오는 급수선에 의존해 살아왔다. 하지만 공급되는 물이 충분하지 않아 50t 용량의 물탱크 2개는 거의 비어 있었다. 파도가 높은 시기엔 급수선마저 오지 못해 집집마다 빗물을 모아 식수와 생활용수로 썼다.
급수시설이 만들어지면서 고령의 주민들은 물 걱정을 덜게 됐다. 환경부는 올 9월까지 하루 20t을 처리할 수 있는 마을 공동 오수처리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마을 소멸을 막고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해 숙박 시설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숙소 2개 동을 신축해 공유숙박 시설로 운영한다. 2001년 설치돼 발전효율이 25%까지 떨어진 태양광 발전장치도 교체한다.
이는 환경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낙후지역 생활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이다. 국립공원 내 낙후지역이 지원 대상이다. 환경부는 외병도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국립공원 내 37곳의 낙도 마을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외병도를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립공원 마을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도록 주민 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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