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디지털 기술, 수자원 관리 수준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03시 00분


한국수자원공사 디지털 트윈 시스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전북 진안군 용담댐에서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시설물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용담댐 
위를 날고 있는 드론의 모습. 드론이 찍은 영상을 3차원(3D)으로 구현하면 작은 균열이나 파손된 구조물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전북 진안군 용담댐에서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시설물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용담댐 위를 날고 있는 드론의 모습. 드론이 찍은 영상을 3차원(3D)으로 구현하면 작은 균열이나 파손된 구조물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지난해 4월 한국수자원공사 댐안전관리센터에 ‘댐 누수’ 경보가 떴다. 남부지방 한 댐의 ‘여수로(餘水路)’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메시지였다. 여수로는 댐에 모인 물을 흘려보내는 길이다.

센터는 자율주행 드론이 촬영한 화면을 3차원(3D) 가상세계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몇 곳의 균열을 확인했다. 현실을 마치 쌍둥이처럼 재현했다고 해 디지털 트윈이란 이름이 붙었다. 육안으로 누수를 확인하기 힘든 위치였지만, 입체 영상으로는 균열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센터는 즉시 해당 본부에 연락해 균열 발견 지점을 점검하고 보수를 마쳤다. 여수로의 균열과 침식이 심해지면 지반까지 물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로빌댐은 여수로 보수 시기를 늦추다가 폭우가 쏟아져 댐 붕괴 위기까지 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 디지털 트윈으로 댐 안전 관리
13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국 37개 모든 댐에 안전 점검을 위한 자율주행 드론이 도입됐다. 물속 촬영이 가능한 수중 드론 2대도 운영하고 있다. 댐 하부 균열이나 구조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퇴적물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수자원공사는 모든 댐을 월 1회 이상 점검한다.

드론이 촬영한 정보는 센터로 보낸다. 이를 센터에서 3D로 구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트윈이 분석한 값과 실측값의 오차가 0.1mm도 안 될 만큼 정확하다. 떨어져 나간 구조물의 부피가 몇 m³인지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안전 점검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경남 진주의 남강댐은 길이가 1.17km, 높이는 30m에 이른다. 예전에는 수동 조종 드론 등을 활용해 이 댐의 안전을 점검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이제 자율주행 드론을 활용해 반나절이면 댐 구석구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데는 2, 3일이면 충분하다. 윤국희 수자원공사 댐안전관리센터 차장은 “한 해에 댐 8, 9곳의 정밀안전진단을 하는데 20억 원 정도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디지털 트윈 구축과 같은 ‘스마트 댐 안전관리’ 사업에 2025년까지 약 1061억 원을 투입한다. 수자원공사 측은 “홍수나 지진 등 재난재해 발생 시 시설물 안전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섬진강 유역 3D 가상현실로 분석
3월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디지털 물 관리 플랫폼 ‘디지털 가람 플러스’ 공개 행사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홍수 위험 예측 등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3월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디지털 물 관리 플랫폼 ‘디지털 가람 플러스’ 공개 행사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홍수 위험 예측 등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댐과 같은 특정 시설물뿐 아니라 강 유역 전체를 3D 공간으로 관리하는 플랫폼도 가동했다. 수자원공사는 올 3월 섬진강 유역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가람 플러스’를 만들었다. 제주도 면적의 약 3배에 이르는 4912km² 지역을 가상세계로 옮긴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물 관리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폭우로 인한 댐 수위 변화, 하천 범람 위험 등을 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강수량 등 기상 정보를 입력해 홍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 하천 수위 변화와 침수 위험 지역 등이 3D 지도에 표시된다. 김진곤 수자원운영처 차장은 “현재는 홍수 예방에 초점을 맞췄지만 향후 가뭄에 대비한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질 관리 부문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정수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수와 여과 등 8개 정수처리 공정을 자동화한 것이다. 물 안의 이물질을 가라앉히고 소독하는 약품 투입량을 정확하게 계산해 약품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1년 동안 경기 화성시 화성정수장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약품 사용량은 4%, 전력량은 5% 감소해 연간 약 1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수자원공사는 스마트 정수장을 전체 광역정수장으로 확대하면 매년 약 95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글로벌 물 산업 ‘1000조 원’ 시대
해외에서도 물 관리 기법을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싱가포르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물 재이용 공정을 관리하고, 저수지 주변에 감시용 차량형 로봇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환경기업 베올리아는 디지털 물 관리 플랫폼 ‘아쿠아비스타’를 개발해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물 부족 지역이 늘어나면서 수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8034억 달러(약 1034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2024년까지 연평균 3.4%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수자원, 물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물 순환 전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물 관리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디지털 트윈 시스템#수자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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