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공모해 딸을 숨지게 하고 아내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살인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A 씨(49)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13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10일 밤부터 다음날인 11일 오전 5시 30분 사이 전남 나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B 씨(47)와 공모해 딸 C 양(8)에게 신경안정제를 해열제에 타 먹인 뒤 C 양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신경안정제를 과다복용한 B 씨가 극단 선택을 한 것을 방조해 B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당시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고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아내와 딸이 숨진 것을 발견했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A 씨 부부가 공모해 딸을 숨지게 한 뒤 약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A 씨가 가족과 함께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점, 아내가 남긴 유서의 내용, 딸의 몸에서 A 씨의 유전자 정보가 다수 검출된 점, 딸이 가장 먼저 숨진 뒤 아내가 약물 중독으로 숨졌다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하지만 A 씨는 “아내와 딸을 살해하기로 공모한 적이 없고 극단적 선택을 결의한 적도 없다”며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인한 판단이었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배우자와 자녀가 쓰러졌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거나, 직후에 유서로 보이는 글을 작성한 것을 토대로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사실오인 등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신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에는 “피고인이 자녀를 살해한 부분에 대해 참작할 부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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