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가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했지만 산업계 곳곳에 큰 상처가 남았다. 8일간 이어진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수조 원의 피해를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는 13, 14일 이틀간 선재를 생산하는 1~4공장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가전제품과 고급 건설자재를 주로 생산하는 냉연 2공장도 멈춰 세웠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5개 주요 철강사는 7~13일 총 72만1000t, 1조1500억 원어치의 제품을 내보내지 못했다. 파업이 중단돼도 이 제품들이 고객사에 배송돼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생산현장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5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은 5720대로 집계됐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던 와중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소비자들에게 인계되는 자동차 출고 기간도 더 길어지게 됐다.
석유화학업계도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 직전까지 갔다. 화물연대는 파업 기간 동안 울산, 서산, 여수 등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를 출입하는 메인 도로에 화물차를 세워놓고 공장 입출차를 막아왔다. 이에 하루 평균 출하량은 평소(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체들은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고온·고압 공정의 특성상 적정 가동률(90%)에 맞게 설계해 놓고 있다. 이를 무리하게 낮추면 안전모드를 적용하게 된다. 가동률을 70% 이하로 낮출 경우 설비 내 압력 등이 평상시와 달라지면서 사고 위험까지 생긴다.
실제 울산의 A사와 충남 서산의 B사는 화물연대 파업이 15일까지 이어졌을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까지 몰렸다. 설비를 세우는 데는 3, 4일이 걸리고, 재가동하려면 일주일 이상 소요돼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 석유화학업계로부터 원재료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도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시멘트 산업의 누적 피해액은 14일까지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출하되지 못한 시멘트 물량은 98만 t이 넘는다. 하루 평균 출하량이 건설 성수기 18만 t 안팎이었는데 현재 약 2만 t에 그치면서 매일 15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레미콘업계도 전국 레미콘 공장의 90%가 멈춰서면서 하루 500억 원씩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건설업계는 각 대형 건설사 전국 현장의 50~70%에서 골조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전국 화물차량 운전자의 5% 정도에 불과한 화물연대 파업이 이처럼 큰 피해를 남기는데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화물연대 가입자 2만2000여 명 중 이번 총파업 기간 동안 실제 참여자는 30%대에 불과했다. 결국 전국 화물차량의 2%도 안 되는 차량의 운송 거부가 ‘물류대란’을 만들어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군을 정밀 타격함으로써 연쇄적인 피해 유도로 파업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화물연대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 산업을 볼모로 잡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 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불법적인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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