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동일한 제2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아프리카 지역을 넘어 주요 국가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 외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30곳이 훌쩍 넘었다. 우리나라도 최초 확진자 발생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8일 29개국, 1000여명이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15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인구 대국인 브라질은 지난 1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난 11일에는 미군(해외 주둔)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다. 루마니아에서도 감염자가 나타났다.
원숭이두창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지난 8일부터 원숭이두창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영국에서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면, 환자가 이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비교적 안전지대였으나, 최초 확진자가 나타나는 국가가 속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최초 확진자 발생을 염두에 둔 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 단계로 발령하고, 지난 8일부터는 원숭이두창을 제2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적용 중이다.
희귀 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은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천연두(두창)와 유사하나,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1970년 사람도 감염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감염병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오한, 몸 또는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증상은 2∼4주일 동안 지속되며, 대부분 자연 회복한다. 치명률은 3∼6%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낮지만, 치명률은 높은 수준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13%이다.
코로나19와 달리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감염병은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85%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약 3502만명분을 비축 중이다. 당국은 오는 7월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받은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테코비리마트는 해외에서 유일하게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다. 성인과 몸무게 13kg 이상 소아에게 투여한다. 중증환자가 발생할 경우 비축 중인 시도포비어와 백시니아 면역글로불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중앙감염병전문병원(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게 된다. 확진자 접촉자는 노출 정도에 따라 고위험 및, 중위험, 저위험 등 3단계로 분류한다. 그중 증상 발현 21일 이내 확진자와 접촉한 동거인, 성접촉자 등 고위험군은 21일 동안 격리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 원숭이두창 검사체계를 구축했다. 검사 방식은 실시간 유전자검사법(Realtime-PCR)이다. 100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민감도를 가지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확산 가능성은 낮게 본다. 다만 확진자가 증상이 없는 잠복기 상태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3주일로 길어 조용히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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