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391건이었고 실제 학대 사례는 6774건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4.2%,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대율의 경우 전년 대비 20.4%나 증가한 739건으로 조사됐다.
노인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간은 가정(88%)이었으며, 학대행위자는 배우자(29.1%)가 처음으로 아들(27.2%)을 뛰어넘었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간한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1만9391건이다. 이 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6774건(34.9%)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신고건수는 전년도 1만6973건 대비 14.2% 증가했다. 실제 학대사례는 6774건으로 전년도 6259건 대비 8.2% 늘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와 가구 형태의 변화가 반영한 결과로, 동거 가족 간 갈등과 돌봄 부담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학대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5143명(75.9%)으로 남성 1631명(24.1%)의 3배 이상이다. 알츠하이머(치매) 진단 노인 학대 사례는 1092건으로 전년도 927건 대비 17.8% 증가했다.
노인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이 5962건(88%)으로 가장 많았다. 노인생활시설은 536건(7.9%), 이용시설 87건(1.3%)이 그 뒤를 이었다.
노인학대 행위자는 총 8423명으로, 남성이 5413명(64.3%), 여성이 3010명(35.7%)이다. 배우자가 29.1%로 가장 많고 아들 27.2%, 기관 25.8% 순으로 조사됐다. 2020년까지는 학대 행위자가 ‘아들’인 경우가 가장 많고 배우자가 두 번째로 많았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배우자가 역전했다.
이윤신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보다 노인부부 가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가 발생한 가구 형태를 살펴보면 노인부부로만 이뤄진 가구가 34.4%로 가장 많고 자녀 동거가구가 31.2%, 노인단독가구가 17.6%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부부가구 내 학대 비율은 지난 2017년 26.3%에서 2021년 34.4%로 8.1%포인트 늘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3.6%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 41.3%, 방임 6.5%, 경제적 학대 3.8%, 성적 학대 2.4% 순으로 많았다.
재학대 사례는 739건으로 1년 전 614건보다 20.4% 증가했다. 이 중 716건(96.9%)이 가정 내 학대 사례로 나타났다. 재학대를 가한 행위자는 752명으로 이 중 343명(45.6%)이 아들, 278명(37%)이 배우자였다.
이 과장은 재학대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경제적 상황이나 고령자 돌봄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때 재학대 가능성이 좀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학대 신고자는 경찰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관련기관이 479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친족 549건, 학대피해노인 본인 361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326건,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246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860건으로 전년 939건 대비 8.4% 감소했다.
복지부는 가정 내 재학대 증가율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은 재학대 발생 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학대 행위자 및 피해자에 대한 교육, 상담 등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필요한 경우 가족과 분리가 필요한 학대 피해 노인의 경우 쉼터에서 일시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1개소,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 37개소,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19개소가 운영 중이다.
복지부는 노인학대 신고전화(1577-1389)와 지난해 6월 출시된 전용 신고앱 ‘나비새김’ 운영을 통해 노인학대 신고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나비새김’ 앱은 노인학대 신고 의무자와 일반 국민이 노인학대를 발견한 경우 사진, 동영상, 녹음파일 등 증거를 쉽게 첨부해 신고할 수 있는 앱이다. 신고자 익명성을 보장하며, 신고 즉시 관할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자동 연계된다.
복지부는 노인학대 행위자 중 배우자 인식 개선을 위해 상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주로 노인에 대한 이해, 부부관계 개선, 의사소통 강화 방법 등을 담고 있다. 재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대 피해 노인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전화해 안부를 묻고 이상 상황을 확인하는 사후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노인의 의사에 반해 재산 및 경제적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학대를 예방 대책으로는 조기발견 및 피해 예방을 위한 금융권 종사자의 신고 활성화 방안을 검토한다.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금융권 퇴직자를 취약노인 가정에 파견하는 ‘생활경제지킴이 사업’도 추진한다.
요양시설 내 노인학대의 경우 2023년 6월 개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에 따라 폐쇄회로(CC) TV 설치가 의무화된다. 복지부는 법 개정 후속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제6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노인학대 예방에 헌신해 온 개인과 단체에 정부포상 5점과 장관표창 33점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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