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3년 전 정년퇴직한 A 씨(63). 충북이 고향인 A 씨는 울산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모두 출가시켰기에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A 씨는 퇴직 후 텃밭 딸린 전원주택에서 살기로 가족들과 합의하고 땅을 물색하다 3년여 만에 포기했다. 그는 “울산은 땅값이 비싸고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갖추기가 너무 까다로워 경북 경주에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울산연구원은 A 씨와 같은 울산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퇴직자가 매년 4000∼5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이미 10년 전에 내놓았다. 이들이 울산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울산 인구 지키기’의 핵심이라는 분석과 함께였다.
울산과 접한 부산과 경남·북이 울산 대기업 퇴직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도시와 전원주택단지를 착착 조성할 때 울산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울산의 인구는 2015년 117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해 올 5월 현재 111만6482명으로 줄어들었다. 자칫하면 100만 명 이하로 내려가 광역시 지위마저 위태로워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울산에 정착하려는 A 씨 같은 퇴직자에게 원하는 택지를 공급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울산시의 정책 부재 못지않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탓도 크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울산의 그린벨트는 다른 곳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의 면적은 1061.2km². 이 가운데 26%인 269.179km²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1962년 울산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 뒤 대기업이 속속 들어서자 정부는 1972년 당시 기초자치단체인 울산시와 울주군 경계지역을 그린벨트로 묶었다. 울산대 교수 출신의 도시개발 전문가인 한삼건 울산도시공사 사장은 “울산 국가산업단지 지정 10년 만에 울산 도심 주위가 그린벨트가 되는 바람에 효율적인 개발이 막혀버렸다”고 지적했다.
1998년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고, 그린벨트가 개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안게 했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부는 1999년 춘천권, 천안·아산권 등 전국의 9개 권역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그러면서 특별·광역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울산은 2년 전이던 19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됐기에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금도 울산 도심을 그린벨트가 에워싸고 있어 근교의 야트막한 민둥산조차 개발할 수 없게 된 이유다.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산업 및 주거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의 공약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던 이유다. 김 당선인은 14일 울산시장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베이비부머가 울산을 빠져나가면 인구 감소와 자본 유출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특혜를 줘서라도 울산에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보존 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춘 전원주택단지를 울산 곳곳에 조성해 저렴하게 분양한다면 A 씨와 같은 퇴직자들의 ‘탈울산’은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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