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추락]
국민연금 개혁, 2007년이 마지막
15년 방치한새 기금 점점 고갈
尹정부서도 개선 움직임 없어
15일 공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순위가 지난해보다 4계단 추락한 주된 원인은 국민연금 재정의 낮은 건전성 때문이었다.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항목의 평가가 63개국 가운데 35위에서 50위로 크게 떨어지는 등 연기금 소진 우려가 불거지면서 전체적인 재정 평가가 흔들렸다.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연금 개혁 논의는 진전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7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60%에서 40%로 낮춘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15년간 재정 안정 방안이 실종된 사이 기금 고갈 예상 시기는 2060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이번에도 개혁에 실패하면 ‘재정 파탄’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엔 연금 개혁 논의가 힘을 받을 거란 기대가 많았다. 올 2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후보 4명이 모두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한 개혁 추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지난달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5일 현재 국회와 정부 내에서는 공적연금개혁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연금 개혁과 관련해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지만 여야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토론회나 심포지엄 주최에 앞장서는 여당 의원도 없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장관이 21일째 공석인 점도 ‘논의 공백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 9월까지 정부 개혁안을 마련해야 하고, 개혁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를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장관 없이 실무선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여야 대립을 배제한 채 서둘러 사회적 합의체를 꾸려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시민들이 모여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관계부터 합의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회 의장이 대타협 기구의 구성원을 위촉해 개혁안을 논의하고 그 결정을 여야가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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