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난민동포 귀환운동 100일… 피란민 평온 되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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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화 피해 광주에 ‘둥지’
성금 4억여원으로 항공료에 사용
광주고려인마을에 300여 명 정착
아이는 학교로, 어른은 일자리 찾아

고려인마을 자녀 교육기관인 광주새날학교 학생들이 한 화장품회사가 기증한 보습제를 살펴보고 있다. 2007년 개교한 새날학교에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동포 자녀들이 공부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고려인마을 자녀 교육기관인 광주새날학교 학생들이 한 화장품회사가 기증한 보습제를 살펴보고 있다. 2007년 개교한 새날학교에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동포 자녀들이 공부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광주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고려인 동포들의 귀환운동을 펼친 지 20일로 100일을 맞았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광주에 둥지를 튼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의 자녀들은 학교 공부를 어느 정도 따라갈 정도로 적응됐고 어른들은 일거리를 찾으면서 평온을 되찾고 있다.

19일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3월 10일 전올가 고려인마을가족카페 대표가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한국행 항공권 비용 1000만 원을 기탁하면서 귀환 성금 모금운동의 첫 씨앗이 뿌려졌다. 이후 전국 각지의 후원이 이어졌고 광주의 교회와 교육계를 비롯해 해외 동포, 외국인 근로자 등이 온정을 보태면서 후원 건수가 13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모금된 성금 4억4000여만 원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430명이 귀환하는 항공 요금으로 쓰였다. 고려인마을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이천영 교장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따뜻하게 보듬어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귀환운동을 통해 고려인 5세 최마르크 군(13)이 처음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 온 우크라이나 난민 동포는 19일 현재 418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300여 명은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했다. 난민 동포 대부분은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다. 초등학생 30여 명은 인근 하남중앙초교, 대반초교, 월곡초교에 입학했고, 일부는 새날학교에 다니고 있다.

하남중앙초교의 경우 전체 학생 290여 명 중 40% 정도가 다문화가정과 고려인 동포 3∼4세대 자녀들이다. 동포 자녀 60명 가운데 15명은 이번에 우크라이나에서 귀환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두 시간씩 한국어 교사 3명과 러시아 말을 통역해주는 강사 5명의 도움을 받아 한글을 익히고 있다.

한 하남중앙초교 교사는 “고려인 동포 자녀 60명을 5개 반으로 나눠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반별로 4∼8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며 “한글을 가르치려면 한 반에 4명 정도가 적당한데 통역을 해주는 강사가 부족해 과밀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난민 동포들은 고려인마을 덕분에 비행기표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지낼 거처와 생필품, 직업을 구했다.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피란 과정에서 생겼거나 심각해진 질병도 고려인마을 지원으로 치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농사 경험이 많은 어른들은 농번기 농촌에서 일하거나 일용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한국행을 바라는 난민 동포들이 많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여행객이 늘어 항공료가 크게 인상됐지만 귀환을 원하는 난민 동포들을 모두 한국에 데려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형성되기 시작한 고려인마을에는 현재 고려인 7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역사마을 1번지’로 유명해지면서 탐방객이 늘고 있다. 월곡고려인문화관을 시작으로 고려인광주진료소,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마을극단, 어린이합창단, 오케스트라단, 종합지원센터, 중앙아시아음식문화거리, 고려방송 스튜디오 등을 둘러보는 게 탐방객들의 주요 코스다. 고려인마을은 8월 15일 홍범도공원에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제막식과 봉오동 전투 재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고려인마을#우크라 난민동포#귀환운동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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