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기지 정상화’ 방침이 속도를 내면서 성주·김천지역 주민과 반전(反戰)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부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상경투쟁을 예고했고, 국방부가 추진하는 일반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드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20일 정치권과 사드반대단체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사드기지 정상화를 위해 관련 법령·절차에 따라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을 위해 환경 관련 기관과 관할 지자체 등에 위원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기지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주한미군의 임무 수행 여건을 갖추기 위해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군사적 측면에서 대북·중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반전단체와 성주·김천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사드기지 내 물자 반입을 막기 위해 1년6개월 가량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올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드 관련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조속히 추진하는 방안을 보고한 뒤 사드기지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이 완료되면 정부가 사드기지 정상화를 공언한 만큼 기지 완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평가협의회 구성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평가협의회를 구성한 뒤 평가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한 심의, 평가서 초안 작성, 자료 공람,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과 성주·김천 일부 주민들은 23일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사드기지 공사 중단과 사드 철거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측은 “정부의 사드기지 정상화는 주 5회에 걸쳐 기지 내 공사 장비를 반입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해 사드를 정식으로 배치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 주민의 일상을 모두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드기지를 지척에 둔 성주지역 일부 주민들은 일반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사드기지를 둘러싼 갈등 해법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률에 따라 주민 대표는 1명 이상 평가협의회에 참여해야 하지만,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측은 평가협의회에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가협의회에 친(親) 정부적 주민을 대표로 참여시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고 평가작업을 하면 저지한다는 방침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주군은 ‘주민 대표 1명을 추천해 달라’는 국방부 요청에 따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이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의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시·요격한다는 목적에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4월 국내에 반입됐다. 당시 정부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를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대통령 탄핵과 중국 당국의 반대 등으로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정식 배치에 앞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방침을 바꿨다. 변경된 방침에 따르면 Δ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심의 Δ평가서 초안 작성·협의 Δ주민 등 의견 수렴 Δ평가서 본안 작성·협의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1년 이상 필요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인근 지역 주민 등의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의식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