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헌법 가치 훼손” 반발 확산
金청장, 두 번째 긴급간부회의 소집… “권고안, 경찰법 정신 못담아” 비판
권고안엔 치안정책관실 신설 등 행안부의 통제강화 방안 담겨
일선署 ‘경찰국 반대’ 현수막 시위… 경찰 내부망선 ‘지휘부 대응’ 촉구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제도개선위)의 ‘경찰 통제’ 권고안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고위간부회의를 열고 “권고안은 경찰법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 연일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도개선위는 21일 오후 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 내 치안정책관실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공개한다.
○ 경찰청장 긴급회의 소집
김 청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김 청장은 회의에서 “현행 경찰법에서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가장 중요하다”며 “권고안 발표 즉시 각 지휘부와 기능별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경찰 입장을 적극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청장이 이 문제와 관련해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소집한 건 17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경찰은 21일 오후 2시 반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고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제도개선위가 발표하는 권고안에는 △경찰 고위직 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행안부 장관 인사권 실질화 △행안부 내 치안정책관실 신설 △경찰지휘규칙 제정 등을 통해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관리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문위원은 “경찰 복수직급제, 하위직 승진기회 확대, 수사인력 증원 등도 최종 권고안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경찰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추진할 장기과제로는 △행정·사법 경찰 분리 △경찰대 개편 △국가경찰위 실질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개선위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나 ‘사법경찰’을 추가하는 방안은 권고안에 담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의 감찰권, 징계권을 행안부로 이양하도록 하는 방안도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반발과 여론 비판을 의식해 제도개선위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 경찰청 인권위 “헌법 정신과 가치 훼손”
그러나 경찰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 자문기구인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행안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일은 경찰청을 1991년 이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대로 퇴행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 권력을 분산해 인권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한다”고 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인사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면 승진을 앞둔 경찰 지휘부가 장관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눈치만 볼 소지가 크다”며 “지휘부 전체가 행안부에 종속되고 길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총경급 간부 A 씨는 이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경찰 민주화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만행을 막지 못하면 부끄러움과 책임은 경찰청장 혼자만의 몫은 아닐 것”이라며 “청장이 전국 총경급 이상 경찰을 모두 소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서대문 광진 남대문경찰서 등 서울 시내 12개 일선 경찰서 직장협의회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찰의 노동조합 역할을 하는 직협은 20일까지 전국 257개 경찰서 중 120여 곳이 이와 관련된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는 21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도개선위의 권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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