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직전 아내에 땅 넘긴 피고인…대법 “정부, 추징청구 1년 뒤 소송 부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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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21일 1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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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기소 직전 자신의 아내에게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넘긴 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국가가 추징보전청구를 한 뒤 1년이 지나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낸 것은 부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기본적으로는 유죄가 확정되어야 추징금채권이 성립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추징보전을 청구한 시점에 이미 부동산을 넘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부가 A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고의로 땅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꿈으로써 채권자가 빚을 돌려받는 데 지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앞서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 2018년 관세법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기소됐는데, 기소 직전 아내 A씨에게 부동산을 증여했다.

이듬해 1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약 1억4000만원의 추징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정부는 이에 B씨가 아내 A씨에게 증여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추징보전청구를 했고 법원은 2월15일 추징보전명령 결정을 내렸다.

B씨에 대한 1심 판결은 2019년 5월 확정됐고, 정부는 B씨에 대한 재산상황을 조사한 뒤 아내에게 증여한 이 사건 부동산 추징을 위해 2020년 2월24일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냈다.

정부는 A씨와 B씨 사이의 증여계약은 사해행위이기 때문에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비적으로 A씨와 B씨 사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A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말소등기청구도 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취소권의 소송 가능기간을 계산할 때 그 시작점을 언제로 볼지 여부였다.

민법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법률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그 기한을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으로 명시했는데, 이 ‘취소원인을 안 날’에 대한 해석이 주된 쟁점이었다.

1심은 정부가 적어도 추징보전명령 결정이 내려진 2019년 2월15일 무렵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봐야 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2020년 2월24일)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정부의 청구를 각하했다.

아울러 정부가 예비적으로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A씨와 B씨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존재한다는 점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를 기각했다.

정부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B씨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2019년 1월28일 무렵에는 B씨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A씨에게 증여해 이 사건 추징금 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지는 사정을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추징금채권이 B씨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2019년 5월2일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취소권의 단기 제척기간은 정부가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2019년 1월28일부터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국가가 추징금채권이 성립되기 이전에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국가가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는 추징금채권이 성립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단기 제척기간이 시작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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