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군대에서 선임들의 구타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 사건 당시 군 당국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은폐를 시도했다며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4-3부(부장판사 권혁중 이재영 김경란)는 22일 윤 일병 어머니 등 유가족이 정부와 가해자 이모 씨에게 제기한 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부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며 가해자인 이 씨에게만 총 4억 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윤 일병은 2014년 3월 육군 제28사단에서 병장 이 씨와 하모 씨, 상병 이모 씨와 지모 씨에게 가혹행위와 집단폭행을 당한 뒤 같은 해 4월 숨졌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자 범행 사실이 적혀있거나 범행과 관련된 윤 일병의 소지품을 버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들은 의료진에게 ‘윤 일병이 냉동 음식을 먹다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고 진술하며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부인했다. 군검찰은 당시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따른 질식사’라고 밝혔다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폭로 후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가해자 중 주범인 이 씨는 살인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40년, 나머지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이 확정됐다.
육군 28사단에서 구타 사건으로 사망한 윤 일병의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윤일병 사망사건 선고공판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10.29/뉴스1유족들은 지난 2017년 4월 국가와 이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었고 군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유지하고 이 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지급 기한만 일부 수정했다.
판결 직후 윤 일병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서 목숨을 잃어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국민을 위한 나라가 맞느냐. 진실 규명을 위해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거리를 헤매야 하는 건가”라고 소리쳤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해자에게만 배상책임을 물었다는 것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왜곡한 군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며 “사법부가 이 판결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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