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선(先) 화장-후(後) 장례’ 지침이 사망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22일 인권위가 발간한 ‘2021 인권상황 보고서’는 지난해 방역 당국의 코로나 대응 과정을 다루며 ‘코로나19 사망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짚었다.
정부는 2020년 2월 메르스 백서에 기반해 마련한 ‘선 화장-후 장례’ 지침을 올해 초까지 유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델타 변이 유행으로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인 화장장 부족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의학계와 언론에서 “시신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권위는 의학계를 인용해 “사망자를 통해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유족의 추모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재까지 시신으로부터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전했다.
결국 당국은 지난 1월 지침을 개정했다. 화장을 권고사항으로 두고 장례방식은 유족의 선택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이 때부터 시신 매장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당국은 장례지침을 바꾸고도 두 달 넘게 공개하지 않아 현장 혼란을 자초했다. 지난 3월 뉴시스 보도로 시신 매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자 당국은“시신 전파에 대한 장례업계의 우려로 지침 개정이 어려웠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일찌감치 코로나19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의 사체를 화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흔한 미신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사망자로부터 감염될 위험이 없다고 발표했다.
방역 당국이 2년 넘게 ‘선 화장-후 장례’ 지침을 유지해 사망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외면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감염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유가족들이 정부 방역 지침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임종의 순간까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여 겪었던 심리적 고통과 불안, 유가족들이 다양한 이유로 가족의 죽음을 원하는 시간과 방식으로 추모하지 못했던 슬픔은 제3자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2년이 지나 ‘선 화장, 후 장례’ 방침을 바꾼 것을 큰 개선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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