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던 스리랑카는 지난달 19일 국가부도 선언 이후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최대 도시인 콜롬보의 택시 기사들은 지금 주유소에서 3일 동안 줄을 서도 휘발유 한 통 사기도 어렵고, 저소득층 가구는 한 끼를 두 끼로 나눠 먹어야 할 판이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들은 외국으로 나가려고 이민 관청 앞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기름할당제 등으로 난국을 돌파하려 하지만 ㉠백약이 무효가 된 지 오래다.
동아일보가 국가부도 한 달을 맞아 찾은 스리랑카는 보유 외환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져 있었다. 국가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전쟁으로 유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와 기업, 가계가 버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스리랑카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랏빚이 과도하게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이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가 몰아치면서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스리랑카 국가부도를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비슷한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걸맞은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는 각국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산업 간 연결고리가 없어도 돈의 이동 경로에 따라 급속도로 전염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1997년 아시아를 덮친 외환위기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아르헨티나, 태국, 필리핀을 거쳐 한국까지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미국 금리 인상, 달러 강세, 신흥국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위기의 전염’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판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보다 많아져 금리 인상 시 빚을 갚지 못하는 취약가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미국이 세계의 돈을 급격히 빨아들이면 기초체력이 약한 나라부터 줄줄이 충격을 받게 된다. 한국으로선 ‘스리랑카발 도미노 부도’ 우려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다.
동아일보 6월 20일 자 사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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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스리랑카가 경제 위기를 맞은 건 오로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하나의 원인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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