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민간 개발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67)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사업 진행 과정 전반을 정리한 이른바 ‘백현동 노트’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노트에는 성남시의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하우징기술 김인섭 전 대표(69)가 정 대표에게 “사업 지분을 내게 넘기라”고 협박한 경위 등이 상세히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치를 때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이 의원을 도운 측근이다.
○ “혼자 사업 잘 끌고 갈지 두고 보겠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한국식품연구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업에 착수한 정 대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인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부지에 대해 용도변경 신청을 2차례 성남시에 냈지만 모두 반려당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특수목적법인 성남알앤디PFV를 설립한 뒤 이듬해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했다. 이후 한 달 만에 용도변경 수용을 검토하겠다고 회신한 성남시는 같은 해 9월 토지 용도를 준주거지로 바꿔줬고 이듬해 임대주택 비율도 100%에서 10%로 축소해줬다.
정 대표는 지난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향후 수사에 대비해 사업 인허가 과정을 요약하고 당시 성남시와 주고받은 서류 등을 모아 노트 한 권으로 정리해 보관해 왔다고 한다. 경찰은 15일 정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노트를 확보했다.
노트에는 김 전 대표가 2016년 4∼5월 정 대표가 보유한 성남알앤디PFV 주식(46만 주) 중 25만 주를 넘기라고 요구한 구체적인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 측은 처음에는 “너무한다”며 김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 측은 “주식을 포기할 테니 혼자서 (사업을) 잘 끌고 갈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같은 해 5월 압박에 못 이겨 성남알앤디PFV 주식 25만 주를 김 전 대표에게 액면가에 넘기되 양도일 기준 주식 가치 평가에 따라 금액을 조정하도록 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성남시는 백현동 사업 관련 심의를 모두 마치고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정 대표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정 대표가 김 전 대표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경위와 2015∼2016년 사업 인허가가 이뤄지던 시기 김 전 대표에게 변호사 비용과 차량 구입비 등 명목으로 2억3000만 원을 건넨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2일 정 대표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 신상진 “전임 시장 부패 의혹을 밝혀낼 것”
한편 성남시장 인수위원회는 백현동 개발사업을 포함해 이 의원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과 관련된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 의원의 친형 고 이재선 씨 등에 대한 강제 입원 논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씨 부인 박인복 씨 등을 불러 이 씨 정신병원 입원 과정에 인권 침해 요소는 없었는지도 확인했다.
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은 23일 인수위 회의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전임 시장의 부패 의혹을 낱낱이 밝혀 ‘공정과 상식’의 성남시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