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훈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청 지휘부 9명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24일 사의를 밝혔다. 해경 지휘부의 집단 사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려했다.
해양경찰청은 24일 오전 “정 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간부 9명이 종합적 책임을 통감하며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의를 밝힌 9명은 치안총감인 정 청장과 서승진 본청 차장, 김병로 중부지방해경청장(이상 치안정감), 그리고 치안감 6명으로 1만3000여 해경을 이끄는 지휘부 전원이다. 치안감 중에는 2020년 9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피해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윤성현 당시 수사정보국장(현 남해지방해경청장)도 포함돼 있다.
정 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오랜 고심 끝에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 구성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사의 표명의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대준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가 번복한 배경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해경 지휘부의 사의를 “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순수한 뜻을 존중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인만큼 사의는 반려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숨진 이 씨의 유족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사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후 이 씨가 사망하기까지 6시간 동안의 행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유족 측은 27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나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