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 시한인 29일을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히 맞붙고 있다. 노동계는 천막 농성 등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투쟁에 나섰고, 경영계는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가 급등을 이유로 대립하면서 올해도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대폭 인상” vs “생존 위해 동결”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노동자, 서민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불평등 양극화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측은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사용자 편향적인 최저임금의 저율 인상이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28일 같은 장소에서 약 1000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연다. 이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다.
반면 경영계는 원자재값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생존이 어렵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체감 최저임금’이 이미 시간당 1만1000원을 넘어선 만큼 추가 인상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3년간 업계 매출이 최대 90% 감소한 반면 최저임금은 올라 주 5일 근무를 주 4일로, 8시간 근무를 5시간으로 줄이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의 일자리 감소가 더 심해질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최소 6만8000개에서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1만890원으로 올리면 최대 3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 이견 커 올해도 표결 가능성
앞서 지난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8.9% 늘어난 시간당 1만890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916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28일 회의에서 양측이 1차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각자 처음 요구한 금액 격차가 1730원으로 커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1차 수정안도 1만 원 이상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원하는 인상률 요구안을 여러 차례 수정하며 차이를 좁혀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경기 침체 전망과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진통이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하면 예년처럼 표결로 최저임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표결에서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 시한을 넘겨 7월 초중순에 결정됐다. 한 공익위원은 “올해는 최대한 법정 시한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고물가 등 첨예한 사안이 많아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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