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 통제 방안’]
경찰측 “李, 경찰 가만 못둔다고 해”
李장관 “金청장도 상당 부분 수긍”
경찰 내부선 지도부 성토 줄이어
김창룡 경찰청장은 2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통제 방안 브리핑이 끝난 직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제도개선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개최한 경찰청 지휘부 회의에서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1시간 38분간 통화하며 제도개선위의 경찰 통제 권고안 시행을 늦추고 논의와 의견수렴을 더 하자고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휘부 회의에 참석한 경찰 간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이 김 청장에게 ‘견제 받지 않는 경찰을 가만 둘 수 없다’고 했다고 들었다”라면서 “청장이 벽에 막힌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청장은 전날 통화에 관한 취재진의 물음에 “저는 경찰청 입장을 말씀드렸고, (이상민) 장관님은 장관님의 의견을 또 말씀하셨다. 그게 전부”라며 논의가 평행선을 그렸음을 시사했다. 반면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통화에 대해 “(제 의견에) 김 청장님도 상당 부분 수긍하셨다”고 했다.
경찰 일각에선 최근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기 문란’ 발언이 나오자 김 청장이 떠밀리듯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사퇴로 반대 의사를 천명하기엔 이미 늦었고, 항의하려면 차라리 임기를 지키는 게 옳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경찰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 김 청장의 입장문이 올라오자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가 삭제됐고 대신 “작성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였습니다”라는 내용만 남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구성원들이 댓글을 잇달아 지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휘부 성토도 이어졌다. 한 경찰관은 이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청장 사의 표명 후 경찰청은 정말 아무 것도 안할 것이냐”라고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독립선언문을 발표하며 “(행안부 경찰국 신설로)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수사가 기획돼 피해가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김 청장은 아직 정식으로 의원면직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으며, 이날 기자회견 뒤 다음 달 초까지 휴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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