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 부여 가능할까…제주, 생태법인 지정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8일 14시 13분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3일 오후 2시경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해안. 넘실대는 낮은 너울 사이로 짙은 푸른빛을 띠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나타났다.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워 상공에서 확인해보니 수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방향으로 유영을 했다.

날렵하게 수중을 휘젓다가 수면으로 올라와 물을 뿜는 장면이 장관이었다. 어미를 따라 다니는 어린 개체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 연안 정착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가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위협을 받고 가운데 ‘생태법인’을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이 제주에서 논의되고 있다. 생태법인은 기업에 법인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자연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환경이 악화되는 등 권리를 침해 받을 때 후견인(또는 대변인)을 통해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생태법인 연구자인 진희종 씨 제안으로 제주지역 국회의원과 해양환경단체가 생태법인에 대해 2월 첫 논의를 했고, 제주도의회에서도 최근 조례 제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생태법인이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환경윤리나 정치생태학 등 차원에서 활발하게 철학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시의회는 오대호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이리 호가 독성물질 등으로 식수를 공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2018년 이리 호가 인간처럼 생존하고 진화할 권리가 있는 주체임을 선언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미국 법학자 크리스토퍼 스톤은 1974년 발간한 책에서 나무, 어류, 해양, 강 등이 기업처럼 법인격으로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과학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 미국 정치철학자인 제인 베넷, 벨기에 동물행동학자인 뱅시안 데스프레 등도 동물(또는 자연)을 인간과 같은 대등한 주체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 학자는 지구의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고, 자연을 지배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남방큰돌고래의 생태법인에 대한 논의는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지만 어떻게 시민의 이해를 얻을 지, 누가 대변인을 맡을지, 남방큰돌고래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등 풀어야 할 과제와 문제가 적지 않다. 보호구역 설정 등 규제에 따른 어민 피해나 해상풍력발전 사업 주체의 반발도 넘어야할 산이다.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지역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상풍력발전, 돌고래 선박관광 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남방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내에선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는 현재 110~120마리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2019년 적색목록상 준위협종(멸종위기직전의 상태)으로 분류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 정착종 가운데 수중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큰돌고래에 비해 체구가 작지만 주둥이는 더 긴 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연안 해상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이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돌고래 선박관광’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생태법인은 현행 법체계에서 고려하고 검토해야할 부분이 많다”면서도 “남방큰돌고래는 오랜 시간 제주 바다에서 도민과 공생의 삶을 이어오고 있는 소중한 자연 공동체이기 때문에 개체 보호를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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