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 상설전시실 2년만에 다시 문 열어
상설전시실, 5개 구역으로 나눠… 각 시대별 서울 이야기 보여줘
다양한 영상 콘텐츠-전시품 갖춰… ‘서울 역사문화 가이드’ 역할 톡톡
붉은 벽돌 건물로 이뤄진 1900년대 종로 거리. 굵은 전선줄 아래 고풍스럽게 지어진 건물을 지나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자 아이들이 곧바로 화답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이 새롭게 꾸민 길이 25m, 높이 4m 터널 모양의 디지털 영상체험존 ‘개화의 거리, 종로’의 한 장면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군악대, 아이들, 사진사 등은 관람객 움직임에 상호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29일 서울역사박물관 재개관 프레스투어에서 만난 김양균 전시과장은 “원래 이 공간에는 흑백사진들이 있었는데 보다 생생하게 1900년대 종로 거리를 구현하기 위해 체험형 영상공간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생생해진 사람이야기… 체험형 콘텐츠 강화
개관 20주년을 맞은 서울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이 2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02년 5월 21일 서울시 산하 종합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엔 해마다 15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갈 정도로 서울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새로 조성된 상설전시실은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1구역은 조선시대의 서울 △2구역은 개화와 대한제국기의 서울 △3구역은 일제강점기의 서울 △4구역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5구역은 도시모형영상관: 서울, 오늘 그리고 내일이다.
개편의 핵심은 ‘사람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시대별 서울 공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번에는 각종 전시품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유물 800여 건 중 67%가 교체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서울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 전시도 강화됐다. 2구역 ‘개화의 거리, 종로’뿐 아니라 3구역에도 ‘탑골공원과 대한독립만세’ ‘1930 경성역’ 등의 영상 콘텐츠가 추가됐다. 5구역 도시모형영상관에서는 ‘계절을 품은 서울의 하루’라는 8분짜리 파노라마 영상을 30분 간격으로 상영하는데, 영상이 전시관 아래 보이는 서울의 축소 모형과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조선시대 한양부터 현대 서울까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전시품도 공개됐다. 1구역에는 조선 후기 대표적 역관 집안인 천녕 현씨·무안 박씨 집안의 인물 이름이 수록된 책 ‘교회선생안’이 전시돼 있다. 1902년 경운궁에서 열린 조선의 마지막 왕실 행사를 그린 병풍 ‘임인진연도병’도 2구역에서 볼 수 있다.
3구역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분관으로 운영하는 딜쿠샤(일제강점기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 가족이 살던 가옥)에서 일하던 직원 김주사(본명 김상언)가 간직하던 ‘태극기’ 등이 새롭게 공개됐다.
4구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1945년 광복 이후 서울의 도시 성장사를 보여준다. 평화시장, 세운상가, 구로공단 등 일선 산업현장과 도시 개발에 밀려난 철거민들의 애환 등을 당시 유물과 모형을 통해 보여준다.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새로 개편된 상설전시실을 기반으로 ‘서울 역사문화 가이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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