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활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바이오기업 신라젠 지분을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대법원 판단으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2심에선 자금돌리기 행위로 얻은 이익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벌금을 10억원만 선고했는데,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 전 대표 등은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활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BW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발행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앞서 1심과 2심은 문 전 대표 등이 BW를 인수할 때 실질적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아울러 이는 신라젠에 대한 배임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1심과 달리 ‘자금돌리기’로 인해 얻은 이익액은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주인수권 행사 시점의 주가와 그 행사금액 사이의 차액을 위반행위로 인한 이익액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에선 자금돌리기 행위로 얻은 이익이 350억원 상당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W 발행·인수로 문 전 대표 등이 자금조달 비용을 회피하는 이익을 취하고 신라젠은 인수대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됐다면 취득할 수 있었던 운용이익 상당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에 끼친 손해액은 10억50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배임액수를 350억원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인수대금이 납입되지도 않은 채 신주인수권부사채 350억원을 발행해 이를 인수함으로써 그 사채가액 350억원의 이득을 얻었다”며 “신라젠으로 하여금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 350억원의 손해를 입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부분 범행의 손해액을 신라젠이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의 운용이익 상당액인 10억5000만원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부분이나 나머지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선 모두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앞서 2심은 문 전 대표가 신라젠 스톡옵션을 부풀려서 지인 등에게 부여했다는 혐의는 일부 무죄로 보고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0억원, 문 전 대표의 공범으로 지목된 조씨는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이 선고됐다.
이용한 전 대표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이번에 대법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배임 부분 액수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으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문 전 대표의 벌금 액수가 1심과 같이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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