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손다현 씨(38)가 반려견 ‘보들이’와 함께 거리 구석구석을 살폈다. 앞서 가던 보들이가 버려진 서랍장을 발견한 뒤 걸음을 멈췄다. 뒤따라오던 손 씨가 서랍장 유리가 깨진 걸 확인하고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앱)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손 씨가 제출한 민원은 1, 2일 안에 처리 결과가 통보된다.
반려견 순찰대는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5월부터 강동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사업이다. ‘서울 반려견 순찰대’에 가입한 손 씨는 매일 2, 3차례 보들이와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며 동네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 신고하고 있다.
○ 반려견과 산책하며 ‘동네 지킴이’ 역할
이날 순찰에는 김시은 씨(31)와 그의 반려견 ‘하나’도 참여했다. 이들은 끊어진 전신주 전선 등 길거리에 무단 투기된 폐기물을 신고했다. 김 씨는 “순찰대에 참여하며 사명감이 생겼다. 주민들도 반려견을 친근하게 대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5월 한 달간 강동구 순찰대원 64명이 반려견과 다니며 신고한 민원은 총 87건. 주취자나 고장 난 가로등, 도로 및 안전시설물 파손, 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 등 신고 내용도 다양했다.
반려견 순찰대에 참가하려면 범죄 예방, 생활 안전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반려견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적 행동 교육을 받은 뒤 순찰에 투입된다.
반려견 순찰대 활동은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순찰대원과 반려견은 낡고 오래된 빌라나 인적이 드문 공사장 및 공터, 최근 절도가 잦은 무인점포 등을 집중적으로 돌아본다. 아이들이 많이 오가는 학교 주변이나 주취자가 많은 밤 시간대 번화가 골목도 빼놓지 않고 살핀다. 강동구 주민 양광덕 씨(82)는 “회사에 다니는 손녀딸이 늦게 퇴근하면 불안할 때가 있었는데 순찰대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부쩍 안심이 된다”고 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강민준 경위는 “일반 방범대는 정해진 시간에만 순찰을 도는데, 반려견 순찰대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산책을 다니며 범죄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치구 5곳으로 확대…순찰대 역할 확대
서울시는 8월부터 반려견 순찰대를 자치구 5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치경찰위에 자치구의 치안 여건과 운영 적합성 등을 평가한 뒤 7월 중 대상지를 선발할 예정이다. 대상지 선발 후 해당 자치구에 사는 구민을 대상으로 순찰대원을 모집한다. 참여를 원하는 구민은 서울 반려견 순찰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서류심사와 실습평가를 거쳐 자치구당 50명 내외의 순찰대원을 선발한다. 활동기간은 8∼12월이다.
순찰대의 역할도 확대할 방침이다. △홀몸 어르신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홀몸노인 동행 말벗 산책’ △초등학교 주변을 도는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 산책’ △유기견과 반려견 순찰대가 초등학교에 찾아가 펼치는 ‘동물 생명존중 교육’ 등으로 프로그램을 나누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학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은 “반려견 순찰대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되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