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경에도 정신의학과 치료 받아
경찰, 집에 있던 약 성분 분석 의뢰
국과수 “사인 불명, 익사 배제 못해”
한달간 물 잠겨 규명에 시간 걸려
전남 완도 인근 바닷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 양(11·사진)의 어머니 이모 씨(35)가 불면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조 양의 부모가 생활고와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4, 5월경 광주의 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친척들도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광주 남구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면서 각종 약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3명의 진료 기록 등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구성원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과수는 이날 오전 조 양과 조 양의 부모 등 3명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 불명”이라는 구두 소견을 밝히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익사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다. 외상이나 질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이 한 달 가까이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체내 플랑크톤 검사와 약·독극물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2, 3주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 양 가족이 타고 있던 아우디 차량에 대해서도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도 수거해 경찰청에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양의 아버지 조모 씨(36)는 아우디 차량을 월 96만 원에 리스하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60개월간 한 번도 연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처럼 철저한 성격인 조 씨가 카드빚 1억 원, 부인 이 씨 명의 은행 대출 3000만 원 등으로 부채가 늘고 루나 가상화폐 투자로 큰 손실을 입게 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최근 인터넷에서 ‘루나 코인 20억 원’이라고 검색했던 기록을 확보하고 실제 가상화폐 투자 규모를 확인 중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맞는다면 가족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에서 나온 비극으로 볼 수 있다”며 “자녀의 독립적 인생을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소유욕과 부모 없는 아이가 잘 클 수 없다는 그릇된 사회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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