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 흔들림 현상이 발생해 1000여 명의 입주민와 이용객이 4시간 가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구청과 소방당국은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건물 상부에 있는 냉각팬 일부가 파손되면서 진동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긴급 대피는 10시 25분경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뤄졌다. 9∼12층이 5분 이상 흔들린다는 신고였다. 이후 건물 내부에 대피 방송이 진행돼 오피스텔 주민과 상가 이용객 1000여 명이 건물을 빠져나왔다. 입주한 병원·식당 종사자들은 근무복을 그대로 입은 채 대피했다.
이어 종로소방서가 건물 주변에 안전 통제선을 설치해 출입을 차단했고 소방차 11대가 건물을 에워싸는 등 비상상황이 이어졌다.
종로구가 전문가들과 함께 건물안전진단에 나선 결과 흔들림 현상은 건물 옥상 냉각팬 9기 중 1기가 손상되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냉각팬은 1m 길이의 날개 4개로 이뤄진다. 이 중 1기의 날개 일부가 노후화로 파손되면서 균형을 잃은 채로 작동해 진동을 야기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2007년 준공된 건물이라 냉각팬도 노후화됐다”며 “건물이 진동에 민감한 철골 콘크리트 구조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해당 건물 정기 점검이 이뤄진 만큼 냉각팬 노후화도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물 봉쇄는 오후 2시 12분경 해제됐지만 해당 건물 내 식당가는 점심 예약 손님을 받지 못하는 등 다수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8층 오피스텔 입주민인 이현재 씨(52)는 “급하게 대피해 약속 장소로 이동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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