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실 등 목조건물 5개동 전소
경찰 “식당서 발화 추정” 조사 나서
이문열 “창작공간 잿더미, 안타깝다”
소설가 이문열 씨(74)가 작품 집필과 문학도 양성을 위해 지은 경북 영양군 광산문학연구소(광산문우)가 전소됐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4분경 영양군 석보면 광산문우에 불이 났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22대와 인력 59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7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불을 껐다. 이 불로 이 씨의 집필실과 식당, 강당, 정자 등 목조 건물 5개 동(418m²)이 완전히 불에 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타지에 있던 이 씨는 화재 소식을 듣고 오전 2시 반경 현장에 도착했다. 그나마 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는 전시관에 옮겨 놓아 피해가 없었다. 광산문우를 중심으로 왼쪽에 도서관과 북카페, 오른쪽에 전시관 등이 있고 전시관은 불이 난 건물과 30m 정도 떨어져 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영양으로 내려와 광산문우에 며칠 동안 머무는 이 씨 외에 거주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 씨는 2001년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고향인 석보면 원리리 두들문화마을에 광산문우를 설립했다. 광산문우(匡山文宇)는 이 씨가 고향 뒷동산 ‘광려산’과 ‘글집’을 합쳐 지은 이름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들이 묵으며 창작 및 집필활동을 해왔고 세미나도 열었던 곳이다. 40년을 떠돌다 겨우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인데 잿더미를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씨가 광산문우를 비울 때 전기를 차단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이 씨는 2000년 한 매체 칼럼 기고를 통해 시민단체를 당시 정권의 홍위병에 비유했다가 일부 독자와 문인들로부터 책 장례식(화형식)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발화 지점이 식당으로 보이며 건물에 화재경보기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여러 흔적을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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