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테이블 밑으로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본 남성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3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공연음란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건조물 침입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2월 대전 서구의 한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성에게 다가가 바지 등을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 10분 뒤에는 인근 PC방에 들어가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여 맞은편에 앉은 여성 2명의 다리를 약 40분간 훔쳐본 혐의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공연음란죄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A 씨를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점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는 유죄가 맞지만, PC방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갔고, 출입 당시에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건조물침입죄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의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