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5대 강국 달성, 혁신적 인재 육성 시스템에 달려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5일 03시 00분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은 4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패권 경쟁,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초격차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KIRD 제공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은 4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패권 경쟁,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초격차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KIRD 제공
“중장기적이고 통일된 과학기술 인력양성 전략이 없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3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은 인력양성 관련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이렇게 지적했다. 당시 콘퍼런스에선 “과학기술 인력정책이 부처별로 혼재돼 중복이나 누락 현상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65)은 4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콘퍼런스에서 나온 뼈아픈 지적들이 계속된다면 한국이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과학기술 5대 강국을 천명한 현 정부는 하루빨리 미래 먹거리 분야를 선도할 초격차 전략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출범 15년을 맞은 KIRD는 국내 유일의 과학기술인 교육 전문기관이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박 원장은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단국대 인재개발원장 등을 지낸 인재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과학기술인 교육을 왜 강화해야 하나.

“과학기술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미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매년 정부가 30조 원가량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쓰는데, 교육을 강화해야 R&D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이 중요하지만 급한 불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한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교육이 얼마나 긴요한 투자인지 알려주는 ‘교육 성과평가 모델’을 새로 만들어 특허까지 출원했다. 5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인재개발협회(ATD) 국제 콘퍼런스에서 내용을 발표했는데, 세계 인재 양성 기관들이 앞다퉈 관심을 보였다. 올가을에는 관련 논문이 저명 해외학술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KIRD에서 교육을 받은 과학기술 인재가 얼마나 되나.

“15년간 22만40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온라인의) ‘이러닝’(e-learning)은 159만여 명이 수강했다. 최근에는 청년부터 경력자에 이르기까지 교육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관리자를 위한 e-MBA도 운영하고 있던데, 그 이유는….

“제품 개발자가 ‘마켓(시장)’을 알아야 하듯, 과학기술인도 자신의 R&D가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국민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R&D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재 과학기술 인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가.

“인구절벽과 학령인구 감소로 ‘절대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재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다. 중소기업 연구원 중 청년(39세 이하)의 비율은 54.3%(2018년 기준)로 10년 동안 24.1%포인트나 줄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2030년 관련 학과 졸업자가 25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대로 각 분야에서 구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이 생각하는 해법은….

“우선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산업체가 교육비를 대고 대학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주문하는 계약학과가 좋은 사례다. 다른 해법은 생애 전주기를 통틀어 경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청년 과학기술인을 일터로 이끌어 내는 한편 경력 단절자나 퇴직자도 활용해야 한다. 이는 현재 KIRD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박사학위 취득 전후의 청년들을 산업계로 이끌 방법은….

“국가마다 청년 과학기술 인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경우 신진 과학기술인의 경력관리 프로그램까지 지원할 정도다. 우리도 박사학위 취득 전 청년에 대해 경력개발 및 실무역량 제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력개발 종합지원 플랫폼인 ‘K클럽’을 통해 역량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설정하도록 한다. 특히 연구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R&D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국가R&D 리얼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엔 ‘한국형 박사후 연구원 경력개발센터’도 설치한다.

―과학기술 경력자 활용에 대한 복안은….

“대전의 대덕연구개발 특구만 해도 매년 많은 퇴직자가 나온다. 이들은 국가의 중요한 과학기술 자산인데, 퇴직과 더불어 이들의 노하우가 사장되고 있다. 퇴직 연구자들의 지식을 블록체인화해 놓으면 국가적 난제에 대처할 수 있다. 퇴직자를 적극 활용해 연령대와 연구 경로가 다른 사람들이 협업 및 융합 연구를 하게 하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

―KIRD를 ‘국가과학기술인재원’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학기술 인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과학기술인의 생애 전주기 경력개발, 미래 먹거리 분야의 실전형 인재 양성 등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산학연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 공유체계 구축’ 전략도 추진할 생각이다.”

―KIRD가 과학기술 인재 관리의 구심점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경제 전쟁’의 주역은 과학기술 인재다. 청년과 재직자, 퇴직자, 경력 단절자 등에 대한 진로·경력 개발과 재교육을 통해 과학기술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해야 한다. KIRD는 지난 15년간 R&D 인재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왔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 로드맵을 만들어 준비해왔다.”

#과학기술 5대강국#인재 육성#인재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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