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고 서울에 이틀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시민들의 ‘더위 피하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늘 진 다리 아래는 물론 지하철역, 편의점, 독서실 등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실내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5일 오전 10시쯤 찾은 영등포역 내부광장은 열차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뿐 아니라 더위를 피해 찾아온 시민까지 몰려 혼잡한 모습이었다.
근처에 사는 50대 주민 A씨는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자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원피스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얼음물 한 병을 손에 든 A씨는 “더위로 밤잠을 설쳐 안되겠다 싶어 역으로 나왔다”며 “커피값도 아까워 점심 먹기 전까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서울은 최저기온이 26.7도로 밤사이 25도 이상으로 기온이 유지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인천(25.0도)과 청주(25.2도), 광주(25.2도), 여수(25.5도), 부산(25.1도), 제주(25.6도) 등에도 열대야가 나타나 주민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이날도 오전 10시가 되자 서울 대부분 지역의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샛강역 안에 있는 작은 쉼터에서도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여의도 주민 박모씨(76)는 “한강까지 산책할 겸 나왔는데 걸을만한 날씨가 아니어서 이곳으로 들어왔다”며 “바깥보다 훨씬 시원해서 좋다”고 웃었다.
영등포역 인근 백화점과 카페에도 오전부터 사람이 가득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한모씨(38·여)는 “집에서 종일 에어컨을 틀 수 없어 동네 친구들과 이곳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앞당겨온 더위가 당황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카페 직원 장모씨는 “더위가 시작된 이후 오전부터 점심시간까지 몇 시간씩 머무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30분쯤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는 다리 밑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을 먹으려는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동료 3명과 함께 점심 후 산책을 나왔다는 직장인 김모씨(40)는 “물 옆이라 그런지 바람도 불고 선선하다”며 “더위가 이제 시작인데도 이 정도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학교를 일찍 마친 학생들도 더위 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66㎡(20평) 남짓 편의점에는 중학생 4명이 컵라면과 삼각김밥 등을 먹으며 떠들고 있었다. 김모군(15)은 “편의점 안이 시원해서 이것저것 사 먹으며 친구들과 논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독서실에서 더위를 식히는 학생도 많다. 영등포구에 사는 중학생 김모양(16)은 “주민센터 독서실은 하루 이용료가 500원에 불과하다”며 “공부를 한다기보다 날도 더운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시원한 이곳으로 온다”고 털어놓았다.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는 이날 오후 1시30분에 벌써 35.9도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각 광진구(34.1도), 중랑구(33.0도), 강서구(33.2도), 성동구(33.0도)도 30도를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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