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39·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한국계로는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 수학계에 새 역사를 썼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오전(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허준이 교수와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필즈상은 수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와 수여가 이뤄진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날 알토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허 교수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동료 수학자 2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거듭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허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나의 수학적 영웅 이름 아래에 내 이름이 오르게 된다니 낯설고 무게가 많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필즈상은 수학 역사가 깊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부분 수상자가 나온다. 아시아권엔 벽이 높다. 1936년 필즈상 시상을 처음 시작한 이후 아시아 출신으로는 허 교수를 포함해 지금까지 9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근 30년 내엔 허 교수 외에 이란 테헤란공대 출신의 고(故) 마리암 미르자하니 교수(2014년 수상)가 유일하다. 일본은 3명, 중국은 1명을 배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의 허 교수는 국내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뒤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2007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와 수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2009년 같은 학교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2012년 45년간 수학계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6년 뒤 2018년 리드 추측을 포함하는 ‘로타 추측’마저 해결해 세계 수학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필즈상 선정 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준이 교수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를로스 케니그 국제수학연맹회장은 “허 교수는 매우 다른 두 분야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에서 교차점을 찾아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런 발견은 잘 나오지 않으며 조합론 연구로 필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헬싱키=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