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대비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재택치료 시 사용하는 해열제·소염진통제 등의 약값(건강보험 급여 상한금액)을 인하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감기약 생산량을 긴급하게 늘렸는데 엉뚱하게 ‘사용량-약가 연동제도(PVA)’ 적용으로 약값만 내려가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향후 품귀 현상 재발 시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제비 지출의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다. 약 처방으로 인해 제약사가 공단에 청구하는 보험급여액이 전년도 기준 금액이나 예상액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10% 약가를 인하한다.
이 제도의 경우 차후 사용량이 감소한다고 급여 상한금액을 다시 높게 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약가가 인하되면 제약사는 이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 전까지 해당 금액 이상을 받기 어렵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가한 감기약 등 수요에도 원칙상 이 약가인하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긴급 수요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동기가 감소한다.
소염진통제를 판매 중인 한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협력하고자 주말을 반납하고 밤새 공장을 가동해 공급량을 확대했는데 돌아온 결과는 약가인하”라며 “재유행으로 감기약 품귀현상이 다시 발생했을 때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감기약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다른 제품의 생산라인을 변경해 해열제, 소염진통제 등 공급량 증대에 나섰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도 생산 현장을 찾아 공급량 확대를 요청했다.
그 결과 감기약 사용량과 매출은 증가했지만, 생산라인 변경으로 인해 일부 품목의 공급량은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유행으로 감기약 수요가 매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약가인하로 인해 일시 증가한 매출보다 지속되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현재 제약사들은 정부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다. 정부는 사용량-약가 연동 인하제도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안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한 약에 한해 약가인하 폭을 줄이는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감기약과 함께 처방된 위장약 등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어디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인 사용량이 증가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감염병 위기 시 자급 생산이 가능한 국내 회사들에 명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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