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기에 ‘와사비’ 바른 줄…군관사 ‘녹물 샤워기’ 충격

A씨가 관사에서 한 달 동안 쓴 샤워 필터기. ‘육대전’ 공식 계정 갈무리 © 뉴스1

녹물로 샤워해왔던 군인들의 열악한 환경이 전해졌다. 부대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7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는 충격적인 샤워필터기 사진이 올라왔다. 제보한 사람은 52사단 210여단 강남서초 예비군 훈련대에서 근무 중인 9년 차 간부 A씨였다.

A씨는 이곳에 전입해 온 지난해 8월쯤부터 샤워 후 계속 몸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트러블(말썽)도 이어지고 피부가 계속 안 좋아지는 것 같아 A씨는 샤워기 필터(여과기)를 구매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사용한 샤워기 필터의 사진을 첨부했다. 사용 전에는 하얬던 필터기였는데 사용 후 사진 속에는 초록색 이물질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A씨는 “이게 22년도 군대 관사에서 봐야 할 모습인지 모르겠다”며 “수질관리만 문제가 아니라 겨울에는 보일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찬물로 샤워해왔다”고 열악한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사실 A씨는 육대전에 제보를 하기 전 지난 4월에도 숙소 관리자와 수방사 주거TF에 연락을 취했지만 바뀌는 게 없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건 “어떡하겠냐, 참고 써야지”, “물탱크가 오래되다 보니 청소를 해도 찌꺼기가 남는다. 어쩔 수 없다” 등의 답변이었다.

A씨는 병사들에 대한 걱정도 덧붙였다. 기간병들도 관사와 똑같은 물탱크를 쓴다며 병사들도 가려움 등의 피부 트러블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 소식이 ‘육대전’에 제보되며 세상에 알려지자 부대는 입장을 표했다. 부대는 앞으로 숙소의 샤워기를 필터가 내장된 제품으로 교체해 추가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이주를 희망하는 군인들에게는 대체 숙소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이 글을 보고 댓글 창에는 다른 부대 군인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서울이 이 정도인데 최전방은 어떻겠냐”, “나도 필터 샤워기로 씻는데 우리 부대도 더러워”, “내 피부 돌려내라”, “우리 관사도 제보하자” 등 주거 환경이 A씨의 부대와 별반 다름없음을 토로하는 댓글이 많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