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은 없애고, 2009년 단 한 차례 열렸던 ‘0시 축제’를 살리는 축제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대전에서 열리는 축제 중 주민화합형 축제는 지양하고 지역개발형 및 경제산업형 축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학술적 관점에서 축제는 ‘주민화합형’과 ‘지역개발형’으로 나뉘는데, 주민 내부결속을 다지는 형태를 주민화합형, 외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축제를 지역개발형으로 분류한다.
이 시장은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대전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와인페스티벌을 ‘생산성이 떨어지는 축제’라고 표현했다. 또 ‘0시 축제’를 부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은 2012년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로 시작해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테이스팅 존을 운영하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와인 생산국들이 출품한 약 1만 여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축제였다.
하지만 중간에 ‘푸드’ 명칭이 사라지고 이름도 ‘와인페어’에서 ‘와인페스티벌’로 변하면서 대중의 참여가 축소되는 등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한때 지역 음식점과 연계한 할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와인의 대중 확산을 위한 ‘대전와인스쿨’을 개설했지만 대전과의 정체성 논란과 함께 와인 유통 거점지 구축 등 아쉽게도 지역개발형 축제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이 시장은 ‘0시 축제’ 부활을 분명히 했다. ‘0시 축제’는 이 시장이 대전 동구청장 재직 때인 2009년 한 차례 열렸다가 후임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예산 낭비’라는 이유로 사라졌다.
당시 이 시장은 2004년 대전역 KTX 개통, 2009년 철도 쌍둥이 빌딩(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입주 등을 계기로 대중가요 ‘대전블루스’의 가사(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0시 50분)에서 모티브를 얻어 대전역 일원에서의 축제를 신설했다. 기차와 역, 그리고 만남과 이별, 레트로를 소환할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첫 회에 20만 명이 방문하는 성공을 거뒀다. 특히 ‘야간’이라는 콘텐츠를 부여해 밤을 향락이 아닌 감성과 창조, 선순환적 소비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신선한 축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배재대 관광이벤트연구소는 1회 축제의 지역경제 생산 파급 효과를 65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구청장이 바뀌면서 단 한 차례만 열리게 됐다. 당시 본보에서도 ‘0시 축제’의 중단을 ‘지방 권력 이동에 따른 중요사업 포기’라는 지적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0시 축제’를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처럼 세계적인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동구지역만의 축제가 아닌 인근 중구 은행동과 대흥동까지 연계한 광역화를 추진해 지역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축제 전문가들은 “대전역이 서울 수도권과 영호남 등 전국 어디에서도 접근이 편리하고, 특히 옛 추억과 감성을 소환할 수 있는 레트로 관련 시설 등이 많이 남아있어 경쟁력 있는 지역개발형 축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이 시장이 대전시장 후보자 때 공약했던 ‘심야 관광 활성화’와 연계한 △‘대전발 0시 50분 열차’의 한시적 부활 △야간 레트로 프로그램 개발 △숙박업소와 연계한 체류형 프로그램 도입 등으로 성공적인 야간축제로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다만 축제의 광역화에 따른 운영 주체 문제, 축제 전담부서 신설과 전문 인력 확보, 전문가위원회 상시 운영 등을 통한 축제 경쟁력 향상 방안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