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이뤄진 폭행의 결과는 비극이었다. 남편 A씨는 배우자 B씨를 처음 만난 1997년부터 폭행을 일삼았고 B씨의 가게가 폐업하던 2015년부터 폭행은 더욱더 심해졌다.
그러던 2019년 7월29일 오후 11시30분쯤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한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있는 걸 목격했다. A씨는 “빨래도 밥도 안하고, 왜 이렇게 맨날 술을 먹냐”고 고함쳤고 B씨 역시 화가 나 말다툼을 벌였다.
또다시 폭행이 이뤄졌다. A씨는 B씨를 수십회 때리기 시작했다. 결국 B씨는 다음 날 새벽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의 뇌혈관이 터지는 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A씨는 곧바로 119를 부르기는커녕 17시간 만에야 연락을 취했다.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와 줄곧 안방에 같이 있었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A씨는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집에 돌아와 보니 B씨의 의식과 호흡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심지어 B씨의 사망 사실을 4개월 동안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의 언니가 집을 방문했지만 이미 A씨는 이사한 뒤였다. 가족들은 그때야 B씨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말다툼했을 뿐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부검 감정 결과와 아들 C씨의 진술을 종합해 A씨가 B씨를 상해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안방에서 부모님이 서로 소리를 지르며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평소 어머니의 술 마시는 문제로 많이 다퉜고, 부친이 때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안방에 가보면 머리채를 잡은 것처럼 머리카락이 빠져있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씨의 동생도 “결혼생활 동안 A씨가 수시로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2014년 B씨가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상해를 입혀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정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부검감정결과서와 법의학자 감정서에서도 A씨의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감정서에는 △최소 10회 이상 외력이 가해진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두피하출혈과 경막하출혈을 근거로 적어도 5회 이상 외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상해 원인으로 A씨의 구타 이외에 특별히 외력이 가해질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은 점이 명시됐다.
재판부는 “22년 넘게 혼인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가족들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후 사망하기까지 느낀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고, 친정 식구들 역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A씨는 진심으로 용서와 사과를 구하지 않고 있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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