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비롯한 계절용 기기 화재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더위를 식히려 장시간 가동하는 기기의 과열·과부화로 큰 불로 이어지는 사례다.
지난달 21일 충북 증평군 초중리 한 상가건물 외부 에어컨 실외기 보관 장소에서 불이 났다.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은 주변 가연물로 옮겨붙었다. 불길은 다행히 초기에 잡혔으나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건물 전체로 확산할 뻔했다.
에어컨뿐만이 아니다. 선풍기 화재도 잇따른다.
지난달 24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주상복합 건물 3층에서 선풍기 배선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2400만원가량의 재산 피해(소방서 추산)가 났다. 화재 조사 결과, 발화지점 바닥에서는 불에 탄 멀티탭이 확인됐다. 멀티탭에는 작동 스위치가 눌려 있는 선풍기의 전원선이 연결된 상태였다. 배선에서는 단락흔(끊어진 흔적)이 식별됐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계절용 기기(에어컨·선풍기) 화재는 모두 29건이다. 기기별로는 에어컨 16건, 선풍기 13건이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15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계적 요인(11건), 미상(3건) 순이다.
계절용 기기 화재는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특히 더위가 정점에 달하는 7~8월에 많이 발생한다.
같은 기간 7~8월 발생한 화재는 18건이다. 전체(29건) 대비 62%를 차지한다.
불볕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는 벌써 지난 한 달 동안 4건이나 발생했다.
계절용 기기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먼저 에어컨 화재 예방은 실외기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화재 사고 대부분이 실외기에서 시작되는 까닭이다.
밀폐된 곳에 실외기가 설치돼 있으면 통풍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최초 설치 시에는 주변 구조물과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할 때는 간헐적으로라도 전원을 꺼 실외기 열을 식혀줄 필요가 있다.
선풍기는 사용 전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쉽게 과열될 수 있는 모터 부분이 중점 관리 대상이다.
문어발식으로 이어진 플러그에 전원선을 꽂지 않는 것도 화재 예방법 중 하나다.
에어컨과 선풍기, 계절용 기기에 불이 났을 때는 전기 공급부터 차단해야 한다. 차단 후에는 분말·이산화탄소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꺼야 한다. 화재 상당수가 누전이나 과열 등 전기적인 요인인 만큼 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소방 관계자는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철, 계절용 기기 화재가 어느 때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계절용 기기 사용 수칙 등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면서 일 최고 체감온도는 33~35도로 오르고,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하는 열대야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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